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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 칼럼] 인공지능 로봇의 시대, 영화의 앞날은
입력 2018-01-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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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매트릭스’‘아이로봇’‘her’‘어벤져스’‘트랜센던스’‘트랜스포머’‘리얼스틸’‘채피’….

1999년부터 등장한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인공지능 로봇’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영화를 통해 먼저 학습된 탓일까.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지만 사람들이 그리 낯설어 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알파고’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인간의 성역이었던 바둑계를 장악했지만, 이세돌 기사가 이긴 1판에도 큰 의미를 두는 것 같다.

로봇이란 말이 탄생한 건 약 1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1년 체코의 희곡에서 처음 등장한 이 용어는 강제노역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로봇은 1959년 최초로 산업용으로 개발됐고, 1993년 일본 혼다사에서 만든 P1로봇은 최초로 인간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로 로봇은 남녀의 형태로, 애완동물로, 자동차와 인간을 섞어 놓은 모습 등으로 다양하게 진화했다.

인공지능의 경우 영화 ‘이미테이션게임’의 실제 주인공 앨런튜링이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애니그마라는 독일군의 암호를 풀기 위해 컴퓨팅 기계가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을 부여했고, 이를 통해 영국군이 승리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이 천재적인 수학자이자 과학자는 41세의 나이에 청산가리를 넣은 사과를 베어 물고 자살했고, 이 사건은 스티브 잡스가 설립한 애플의 로고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앨런 튜링 이후 존 매카시라는 학자에 의해 개념화된 인공지능 산업은 1956년 다트머스 컨퍼런스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했지만 이후 50여년간 줄곧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하지만 2015년 ‘딥 러닝’이라는 알고리즘 기술이 등장한 이후로 인공지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10년간 오차율이 13%내외를 맴돌며 횡보하던 언어 실시간 번역의 기술이 크게 진보한 것도 딥 러닝 기술이 접목되면서부터다. 이후 번역 오차율은 2%대로 떨어졌다. 인공지능의 안면인식 정확도는 인간의 97.5%보다 높은 99.6%까지 개선됐고, 사물 분류능력도 96.43%로 94.9%의 인간을 추월했다.

앞서 나열한 영화들이 현재를 먼저 보여줬던 것처럼, 영화 창작자들의 시선은 분명 과학자들을 앞서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전격 Z 작전’에 나오는 ‘키트’나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배트카’는 지금 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자율주행차와 비슷한 모양과 기능을 갖고 있다. 작품에서 묘사된 차들은 빠른 길만 알아서 가는 것이 아니라, 위험할 때면 알아서 오는 인공지능의 결정판이다. 2002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등장했던 가상현실이 지금 현재 의료계와 산업계에서 쓰이고 있고, 애플의 시리나 알파고, 감성로봇 페퍼, 로보 어드바이저 등은 우리의 현실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인류는 과거에도 신을 통해 인공지능의 시대를 꿈꿔왔다. 그리스의 신 중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가 대표적, 못생기고 절름발이지만 손재주가 좋아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노동의 자유를 준다. 과거에는 신의 영역이었던 이 반복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현재는 산업계의 로봇들이 대신해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반복노동의 해방을 한국의 로봇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 비록 지능이 있는 인공지능 로봇시장에서는 뒤쳐져 있지만, 지능이 없는 산업용 로봇 시장은 한국이 단연 1위다.

그렇다면 문화와 예술 영역에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어떻게 침투해 있을까. 이미 음악 부문에서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강력한 추천기능을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했고, 상용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 만든 키봇이라는 로봇은 알아서 춤을 추고, 아론이라는 인공지능 로봇은 붓을 들고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 쿨리타라는 로봇은 인공지능으로 작곡을 하고, 그림을 음악으로 전환해 작곡을 하는 픽토뮤직도 등장했다. 자동으로 수학 논문을 쓰고, 컴퓨터 코드는 물론 셰익스피어 스타일의 작품을 만드는 인공지능도 개발됐으며, 유명 화가의 작품을 따라하거나 손글씨를 따라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에서 로봇을 이용한 자동 기사작성을 실행한 뒤 기자 20명 해고를 유발한 사례도 있으니, 인공지능 로봇은 창작의 영역으로도 무섭게 침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영화는 인공지능 로봇을 빠르고 적극적으로 도입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1984년 탄생한 터미네이터(인조인간이라는 의미의 안드로이드로 불림)나 1987년 등장한 로보캅(인간이 기계와 결합한 사이보그로 불림)에게 인공지능이 탑재됐다고 하기엔 그리 똑똑하지 않아 보이지만, 1999년 매트릭스에서부터는 분명 인공지능 로봇이 주인공인 영화가 장르화됐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영화 ‘트랜센덴스’(2014)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고뇌하는 인간이, ‘her’(2013)에서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인간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현실을 앞서가는 영화인들은 앞으로 펼쳐질 미래 인공지능 세계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까. 혹시 인공지능 로봇이 영화 창작마저 대신할 수 있는 세상이 오게 될까? 사진이 회화 시장을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영화는 분명 사람 손이 닿아야 할 것 같은데. 언젠가 주도권이 바뀔지는 모를 일이다.

김동하 한성대학교 교수 (KCERN 4IR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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