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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목격자’, ‘무관심’이라는 ‘도시 괴담’
입력 2018-08-13 14:04   

(사진=NEW)

강도가 들면 “살려줘” 대신 “불이야”라고 외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임에도 식은땀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점점 잔인한 사건들이 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지키거나 고통을 분담하기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지키는데 온힘을 쓰게 되었다. 영화 ‘목격자’(감독 조규장)는 이러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이기심을 새로운 ‘도시 괴담’으로 그려냈다.

영화는 과감하게도 범인(곽시양 분)의 얼굴을 공개하면서 시작된다. 일반적인 스릴러처럼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건들이 평범한 삶 속에서 일어날 경우, 사람들이 과연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관객들이 또 하나의 ‘목격자’가 되어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피해자이자 간접적인 가해자로서 갈등을 느끼는 인물은 상훈(이성민 분)이다. 우연히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살인을 목격한 상훈이 범인을 신고하려고 하지만, 범인과 눈이 마주치자 신고를 포기한다. 그 사이에 또 다른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왜 주인공이 경찰에게 신고하지 않느냐’고 묻는 관객이 있을 수 있겠으나 범인이 신고자를 알고 있을 때, 과연 나라면 신고를 할 수 있을지 상훈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NEW)

다른 인물들의 입장과 한계도 확실하다. 형사 재엽(김상호 분)은 목격자를 찾지만, 목격자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는 없다. 아파트 부녀회장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경찰에게 협조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어쩌면 이들에겐 집값이 떨어지는 게 가장 무서운 도시괴담일지도 모르겠다. 이기적이지만 쉽게 욕을 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인들은 ‘군중 속 고독’을 느끼며 살아간다. ‘목격자’의 주요 배경인 복도식 아파트는 이를 배가시키는 공간적 이미지로 활용된다. 몇 백 가구가 되는 아파트에서 홀로 서 있는 상훈의 모습은, 허허벌판에 혼자 있는 것보다 더 큰 고독함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답답한 가운데 간간히 등장하는 ‘팩트 폭격’이 시원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 일을 해내는 것은 목격자의 ‘아내’ 역할인 수진(진경 분)이다. 여타 스릴러 영화의 아내들이 주인공에 부속되어 수동적이고 오히려 주인공을 위험에 빠뜨리는 역할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으나, 수진은 극중 가장 능동적인 인물이자 가장 입체적인 인물로써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사진=NEW)

스릴러 장르는 배우와 감독뿐만 아니라 무술감독과 음향감독까지 하나라도 구멍이 생기면 긴장감이 깨어지고 만다. ‘목격자’의 경우 틀어진 각도의 화면 컷 분할과 극한으로 끌어올린 음향 효과로 스릴감을 더한다. 식어버린 커피 등으로 인물의 가라앉은 감정을 표현하는 등 간접적인 배경이나 직접적인 대사 모두 스릴러 장르로서 훌륭하게 전해진다.

다만 중후반쯤 되면 영화는 막을 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감독이 과연 남은 시간을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 궁금증과 우려가 함께 들 때에, 감독은 새 이야기를 꺼내 또 다른 문제 제기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1석2조의 구성을 제안한다. 하지만 상업영화에 대한 부담감이었을까. 웹툰의 한 장면 같은 이 부분은 갑작스럽게 커진 스케일과 세련되지 못한 연출법으로, 앞서 진행해온 전반부와 전혀 다른 결의 튀는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이 신은 배우들이 가장 고생하고 제작비 또한 가장 많이 투입되었을 것이라는 게 눈에 보여 더욱 안타까움을 준다. 다행스럽게도 이어지는 엔딩은 긴 여운을 남기며 조규장 감독이 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깊게 생각할 수 있게 정리된다. 러닝타임 111분에 15세 관람가다. 오는 1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