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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일의 낭군님' 김선호, "또 다시 사극을 한다면, 그래도 해야죠"
입력 2018-11-12 08:22   

"이렇게 될지 정말 몰랐습니다"

김선호가 '백일의 낭군님' 인기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연기 경력을 쌓은 김선호는 2017년 KBS2 드라마 '김과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드라마에 입문했다. 연극계에서는 다 알고 있는 김선호지만, 드라마에서는 그냥 초짜 신인 배우였다. 그런 그가 '김과장'에 이어 '최강 배달꾼''투깝스' 등을 거치면서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은 완전무결 왕세자에서 졸지에 무쓸모남으로 전락한 원득(도경수 분)과 조선 최고령 원녀 홍심(남지현 분)의 전대미문 100일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백일의 낭군님'은 자체 최고시청률 14.4%(16회)로 종영됐는데, 이는 tvN 월화극 역대 최고 수치이기도 하다.

김선호는 조선시대 한성부 참군 정제윤 역을 맡았다. 극 중 홍심(남지현 분)을 향한 짝사랑을 표현하면서도 세자 이율(도경수 분)에게 충성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고민하는 복잡한 심리를 잘 표현했다. 마지막에는 이율에게 질투하고, 이율과 홍심의 재회시키며 끝까지 의리를 지켰다.

그는 로맨스 뿐 아니라 브로맨스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김선호가 '백일의 낭군님'에 대한 애정을 느끼는 것은 첫 사극이면서도 화제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Q. 소감은 어떤가.

"처음에 운이 좋아서 조연으로 (드라마에) 출연했는데요. 드라마가 늘 잘 되는 것도 아니라서, 그렇게까지 신경을 안 썼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백일의 낭군님은'은 놀랐어요. 막상 끝나니 서운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해요. 아무래도 시청률이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으니까."

Q. 처음으로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사극에 도전했다. 힘든 점은 없었나.

"이번에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아무래도 무더운 날씨였던거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 지칠 정도로, 그때 한번 제가 현기증이 나서 쓰러진 적도 있어요. 실신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지쳐서 '나 좀 쉴게'라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더운 날씨에 한복을 입고 촬영하는 게 힘들었고, '언제 이걸 벗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깐요."

Q. '백일의 낭군님'에서 무술신도 많았다. 큰 사고는 없었나.

"제가 사실 겁이 많아요. 칼을 들고 검술 신을 촬영할 때 경수가 너무 쉽게 칼을 다루길래 나도 정말 쉽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칼 잡는 것도 어색해서. 검술이 쉬운 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말을 타는 장면에서도 겁이 나서 긴장이 됐었어요. 모든 부분이 현대극이랑 다르니까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죠"

Q. 극 중 정제윤이라는 인물을 맡았을 때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는가.

"사실 이번 캐릭터가 워낙 왔다 갔다 하거든요. 극 중 진지한 모습도 보였지만, 즐거운 모습도 같이 나왔어요. 그래서 작가님이 그런 부분을 조금 확실히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특히 사극 톤이 완전 사극 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 부분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작가님과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조율했던 거 같아요"

Q. 이번에는 도경수와 호흡이 화제를 모았다. 어땠나.

"(도)경수랑은 친구처럼 느껴졌고, 특히 경수가 어른스러워서 놀라웠어요. 경수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농담 주고받으면서 편한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더욱 서로에게 솔직할 수 있었죠. 특히 경수랑 저랑 웃음이 많은 편이라서 한 번은 웃음이 터져서 감독님한테 혼나고 '야 그만 웃어 이제 가야지'라고 하시고 즐거웠던 기억뿐이네요"

Q. 사극이라는 장르와 현대극의 다른 점이 있다면.

"사실 제가 웃음도 많고 장난도 치는데, 애드리브를 하지 못하니까 조금 어색한 부분도 있었어요. 현대극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습도, 애드리브도 있을법한데, 사극은 달랐어요. 극 중 저는 누군가와 감정선에 부딪힌다든가 사건 중심에 연루되어있다는 부분이 없었고, 계속 사건 사고 곁에서 누굴 도와주거나 사건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제 대사 속에는 사건을 설명하는 부분이 세 줄 이상 꼭 있었어요. 제가 없으면 극의 흐름이 이어가기 어려웠죠. 거의 설명충이었죠"

Q.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가.

"극 중 모전교에서 홍심이랑 율이랑 처음 만난 장면이 있어요. 그때 제가 홍심이를 보고 반하는 장면이기도 하죠. 그때는 촬영 초반이라 추웠어요. 그 장면을 위해서 불도 켜놓고 준비도 많이 했었죠. 감독님도 엄청 예뻐야된다고 했고, 저는 '정말 예쁠까'라는 생각했는데 화면 속에 나오는 배우들이 너무 예뻤고, 분위기도 최고였고.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Q. 연극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가 드라마로 온 지 1년 조금 넘었다. 스스로에게 뭔가 달라진 점이 있는가.

"촬영 현장에서 일할 때 즐겁다고 느꼈지만, 한편으로 출근하는 것 같아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 선배님들의 모습에서 많은 걸 느꼈어요. 조성하 선배님은 출연하는 단역 조연 후배들한테 '네가 이 드라마의 주역이다'라며 악수하시고 이랬는데 그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홍심이 아버지 역할로 정해균 선배님은 촬영 전까지 긴장된 모습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선배님 무슨 일 있으세요?'하고 여쭤봤더니 긴장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정해균 선배님은 '매번 연기할 때 긴장된다'라고 말을 하는데, 촬영이 들어가면 긴장된 모습은 없어요. 그런 거 보이지도 않아요. 너무 잘하세요. 근데 그때 좀 감동이었어요. 또 현장에서 사실 누가 봐도 이 장면에 있으면 안 되는 소품이었는데 정해균 선배님은 '제가 잘 몰라서 그래요. 감독님 오늘 이 소품은 혹시 여기서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하고 남을 배려하면서 얘기를 하시는데 그 마음씨가 너무 착하셔서 기억에 많이 남아 있어요. 나이가 들어서 경력이 쌓여도 배려하는 모습은 계속 담아둬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Q. 지금도 프로필에는 연극배우라고 되어 있다.

"사실 제가 연극배우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어요. 지금 드라마를 시작한 지 1년 조금 넘었지만, 연극에서 보내왔던 시간을 잊을 수 없어요. 대 선배님들도 다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가 영화, 드라마를 시작했고, 다시 연극 무대에서 볼 수 있을 때도 있죠. 저 또한 연극무대에서 꾸준하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연극배우라는 타이틀이 가볍지 않고 그 무게감을 가지고 배우라는 직업에 더욱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Q.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가.

"'백일의 낭군님' 촬영을 하면서 너무 더웠고, 힘들었어요. 거기에 검술 장면과 말을 타야 하는 장면 때문에 힘들었죠. 그때 생각하면 '정말 다음에는 사극을'이라며 혼잣말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첫 사극에서 많이 배웠고, 즐거웠죠. 좋은 경험을 했으니깐요. 다음에 또 사극을 한다면 더 달라진 모습이겠죠? 지금보다는 더 좋은 모습으로 어떤 작품에서든 연극배우 김선호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