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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뼈로 만든 밥상…태평추ㆍ진또배기 어부밥상ㆍ감자탕ㆍ칠향계 소개
입력 2020-03-26 01:01   

▲'한국인의 밥상'(사진제공=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 최불암이 경북 영주의 태평추, 강릉 진또배기 마을의 동해안 어부 밥상, 3대에 이은 감자탕, 이북식 닭 보양식인 칠향계 등을 소개한다.

26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살코기를 넘어 뼈까지 알뜰하게 사용해 식탁에 올렸던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 돼지 뼈부터 최근 ‘어골칼슘’으로 각광받고 있는 생선 뼈까지 다양한 뼈 음식으로 환절기에 지친 기운을 보충하고자 한다.

육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뼈는 살코기를 발라내고 남은 부산물이었다. 하지만 조상들에게 뼈는 집 대문이나 당산나무에 달아 악귀를 쫓아내는 등 단순 부산물 그 이상의 의미였다. 뿐만 아니라 뼈는 식탁 위 주연으로 사용되었다. 뼈에 들어있는 콜라겐 등의 영양분까지 즐길 수 있는 여러 음식들을 만들어냈다. ‘동의보감’에서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을 서로 구한다’는 말이 있듯이 동물의 뼈를 고아 사람의 뼈에 도움을 주는 요리를 하고자 했다.

왕실에서는 소곰탕 등 주로 소 사골을 이용한 음식을 먹었지만, 소뼈를 구하기 힘들었던 백성들은 돼지뼈, 닭뼈, 생선뼈 등을 이용해 보양식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현재 소뼈 만큼이나 다양한 동물의 뼈가 우리 밥상에 긴요한 식재료로 쓰이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사진제공=KBS 1TV)
◆귀농 자매가 차린 각양각색 돼지 뼈 밥상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는 흑돼지 농장을 4년차 운영 중인 자매가 있다. 귀농을 꿈꾸고 10년 전 서울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이 곳으로 내려온 언니 김민정 씨와 그리고 언니를 따라 4년 전에 같은 곳에 터를 잡은 동생 김소연 씨가 그 주인공이다. 언니 민정 씨는 귀농한 뒤에 자연 농법으로 농사를 짓기도 하며 우여곡절 끝에 뒤따라온 동생 소연 씨와 함께 120마리의 흑돼지를 키우고 있다.

민정 씨 남편 장무훈 씨와 소연 씨 남편 박희규 씨는 서울보다 시간을 더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시골 생활에 행복을 느끼며 흑돼지를 돌본다. 흑돼지가 건강한 식재료가 되어줄 뿐 아니라 자녀들에게는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귀농 메이트인 민정, 소연 자매는 흑돼지와 함께 오늘보다 더 행복한 내일을 꿈꾼다.

▲'한국인의 밥상'(사진제공=KBS 1TV)
오늘은 자매네 가족들이 부모님을 초대해 흑돼지로 만든 건강식을 대접하는 날이다. 돼지 사골은 어른들 위한 보양식에 빠져서는 안 될 재료이다. 돼지 사골을 우린 뽀얀 국물에 시래기와 된장을 넣으면 돼지뼈시래기국수가 완성된다. 뼈가 국물 우리는 용도 뿐 아니라 음식 주재료로도 사용된다. 오도독 씹히는 식감이 중독성 강한 돼지오도독뼈내장볶음은 두 자매의 남편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귀농 후 이 지역에서 새롭게 알게 된 음식이 있다. 태평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궁중에서 먹었던 탕평채를 서민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라 전해진다.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 청포묵 대신 메밀묵을 넣는 태평추에 돼지족을 넣어 자작하게 끓인 돼지족태평추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돼지갈비강정까지. 함께 하는 가족이 있어 귀농 생활이 더 든든하다는 자매의 각양각색 돼지 뼈 밥상을 함께 즐겨 보자.

▲'한국인의 밥상'(사진제공=KBS 1TV)
◆진또배기 마을에서 차린 동해안 진짜배기 어부 밥상

솟대에 오리 세 마리가 앉아 마을의 재앙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이름이 붙여진 강릉 진또배기 마을. 이 곳에는 대를 이어 어부의 삶을 살고 있는 장주용씨는 날씨가 좋으면 아버지 장용복씨가 함께 어업을 한다. 예전만큼 많은 수확량은 아니지만 생선을 걷어 올리는 재미에 계속 바다로 나간다. 씹는 맛을 즐기는 어부들에게 인기 부위는 바로 생선 뼈이다.

뾰족하고 억세서 먹기 힘들 것 같지만 뼈에서 나오는 고소한 맛을 즐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생선 뼈를 요리한다. 바다를 벗 삼아 평생을 살아온 진또배기 마을 사람들의 든든한 한 끼가 되어주던 다양한 뼈 요리를 만나 보자.

▲'한국인의 밥상'(사진제공=KBS 1TV)
아침을 거르고 고기잡이를 하러 갔다 온 부자(父子)를 위해 어머니가 회덮밥을 만든다. 여기에 들어가는 회는 꼭 뼈째 굵직굵직하게 썰어 넣는다. 옛날부터 뼈째 씹는 맛을 즐겼던 동해안 어부들에게 뼈째 썬 회로 만든 덮밥은 일하고 온 뒤 먹는 꿀맛 나는 별식이다. 생선이 주 식재료였던 이곳에서는 고기 미역국이 아닌 우럭 미역국을 먹는다.

이때 핵심은 우럭을 통째로 넣고 육수를 우려 생선 뼈에 들어있는 고소한 맛이 국물에 배게 하는 것이다. 방어대가리를 간장에 조린 방어대가리조림부터 횟대를 통으로 삭힌 횟대식해, 굵은 뼈를 골라내고 잔뼈를 다져 양념에 버무린 뼈다짐양념쌈까지. 살과 뼈 모두를 알뜰살뜰히 먹었던 진또배기 마을에서 진짜배기 동해안 어부 밥상을 차린다.

▲'한국인의 밥상'(사진제공=KBS 1TV)
◆수고한 오늘을 위로해 주는 따뜻한 한 그릇, 감자탕

돼지를 조목조목 살펴보면 안 먹는 부위가 없다. 고급 식당의 식재료인 립(등갈비)부터 오천만 국민에게 사랑받는 삼겹살까지 다양하게 있다. 그 중에서도 감자탕의 주재료로 들어가는 돼지 등뼈는 국물 우리는데 요긴한 재료이다. 돼지 척수 부분을 가리켜 감자라고 불러 감자탕이 됐다. 목뼈 부분을 감자라고 불러 감자탕이 됐다는 다양한 어원이 존재하는 감자탕은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의 배를 채워주고 또 마음을 녹여주었다. 특히 산업화가 급격히 일어나던 시절, 감자탕 한 그릇은 노동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한 끼였다.

▲'한국인의 밥상'(사진제공=KBS 1TV)
남대문에서 국밥을 팔던 어머니를 이어 감자탕을 만드는 문자경씨는 50여년의 세월동안 한결 같은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핏물이 빠진 등뼈를 삶고 푹 곤 국물에 양념에 버무린 무채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감자탕이 완성된다. 3대에 이은 단골이 찾아올 정도로 오랜 시간동안 자리를 지켜 온 자경씨는 감자탕 맛 뿐 아니라 수고한 하루를 위한 위로도 함께 담아 손님들에게 내어주었다. 뼈로 만들어낸 구수하고 깊은 맛이 세월이 흐른 그 어느 날에도 많은 이들의 곁에 함께 하길 바라면서 마음속까지 따뜻해지는 감자탕 한 그릇을 맛보러 간다.

▲'한국인의 밥상'(사진제공=KBS 1TV)
◆이북식 닭 보양식, 칠향계에 담긴 70년 세월의 그리움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는 실향민들이 많이 사는 마을이 있다. 예로부터 화를 입지 않은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면서 한국 전쟁 당시 이북에서 많은 피난민들이 정착했다. 그중 한 명인 장순옥씨는 19의 나이에 홀로 월남하여 황해도 사리원에서 온 남편을 만나 70여년을 살았다. 북에서보다 이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북에서 먹었던 음식은 순옥씨 손끝에 남아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오늘은 함께 70여년의 세월을 살아온 실향민 친구들과 이북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고향에 대한 추억을 나누는 순옥씨와 친구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한국인의 밥상'(사진제공=KBS 1TV)
오늘 선보일 이북식 닭요리는 칠향계이다. 닭에 7가지의 향이 나는 재료를 넣어 만든 음식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삼이 들어가는 삼계탕 대신, 도라지를 넣어 만든 음식이다. 물에 닭을 넣어 삶지 않고 증기로 쪄내는 중탕 방식이기 때문에 7가지 재료들의 향이 닭에 잘 배는 것은 물론이고 영양 손실도 적다고 한다. 몸통 뿐 아니라 닭발까지 음식의 훌륭한 식재료가 될 수 있다. 삶아낸 닭발에 뼈를 발라낸 살과 국물로 만든 닭발편육은 궁중에서 먹던 족편 부럽지 않을 음식이다. 여기에 간장으로 졸여낸 이북식 닭조림까지. 순옥씨와 친구들이 70여년 세월의 그리움과 추억을 담아 한상 가득 차려낸 이북식 닭요리를 맛보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