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서 계속
영화 '하얼빈'에는 관객들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한 장면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안중근이 러시아어로 외친 "꼬레아 우라(대한 독립 만세)"는 명장면 중 하나다. 현빈은 안중근의 외침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화면이 암전된 뒤에도 계속 들리는 '꼬레아 우라'의 외침을 통해 안중근 의사의 신념과 의지가 관객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거사를 성공한 뒤 안중근이 사형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을 촬영한 뒤 현빈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철계단을 오르는 안중근의 무거운 발걸음과 집행용 두건을 뒤집어쓰는 그의 얼굴은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과 여운을 전한다.
"사형장으로 걸어가는 그 순간, 안중근 의사의 심정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고난과 역경은 이렇게 끝나지만, 남은 동지들에게 그 짐을 넘기고 떠나야 한다는 마음에 숙연함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안중근의 내레이션은 '하얼빈'의 메시지를 가장 강렬하게 전달한다. 10년, 20년, 100년이 걸리더라도 힘을 합치면 언젠가 나라를 되찾을 것이라는 문구는 과거의 안중근이 던진 희망의 메시지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점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킨다.
"관련 사료 중 실제 있었던 문구를 감독님이 각색한 것으로 알아요. 마침 시국이 이래서 그 말을 현 시국에 빗대 해석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시국을 떠나 우리 민족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위기가 있으면 뭉쳐 이겨낼 것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담은 내레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과 아버지가 된 경험은 현빈의 연기에 새로운 시각을 열어줬다. 결혼 전에는 본인 중심으로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아내 손예진과 아들이 삶의 중심이 됐다고 말했다. 동료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연인으로, 이제 부부가 된 배우 손예진에 대해선 "서로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가족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강조했다. 특히 아이에겐 나중에 '하얼빈'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나중에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했는지 알게 된다면 좋겠어요. '하얼빈'은 그만큼 제게도 의미가 깊은 작품입니다."
영화 '하얼빈'은 관객들에게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현빈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랐다. 본인 역시 연기자로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고의 노력을 한다고 늘 최선의 결과가 나오진 않아요. 하지만 배우 현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다음 작품에서는 관객들에게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좌절의 순간에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잖아요. '하얼빈'을 보신 관객들 역시 어려운 순간에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