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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희의 스포트라이트] '중증외상센터'는 어떻게 해외 팬들을 사로잡았나
입력 2025-02-07 12:00   

▲'중증외상센터'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본 칼럼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글로벌 1위에 오르며, 해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집계사이트 투둠(집계기간 1월27일 ~ 2월2일)에 따르면, 지난 1월24일 공개된 '중증외상센터'는 글로벌 TV쇼 비영어권 부분 1위에 올랐다. 공개되자마자 대한민국 1위를 찍더니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등 전 세계 17개 국가에서 1위에 오른 이 작품은 미국에서도 TOP10에 진입하며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한 TV-OTT 화제성 조사에서도 '중증외상센터'는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주지훈이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위, 추영우와 하영, 윤경호 등 '중증외상센터' 출연 배우들이 나란히 4위, 11위, 12위에 올랐다.

▲'중증외상센터'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이처럼 한국의 메디컬 드라마에 해외 시청자들이 빠르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증외상센터'의 첫 번째 글로벌 인기 원인은 '메디컬 드라마'라는 보편적이면서 독창적인 소재 때문일 것이다. '오징어 게임'이 한국적인 정서와 인류의 공통적인 인간 본성과 욕망을 충격적으로 그려내며 전 세계인의 공감대를 끌어냈다면, '중증외상센터' 역시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긴박한 상황과 인간 내면의 갈등, 직업윤리 등 메디컬 드라마 특유의 보편적인 주제를 어느 작품보다 잘 담아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간인 '골든아워'라는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다양한 외상 사례를 통해 스케일과 비주얼적인 차별화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그렇다고 해서 메디컬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리티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익히 알려졌듯이 이 작품은 네이버웹툰과 소설 '중증외상센터:골든아워'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웹툰이 원작이다 보니 다소 만화적인 설정과 과장된 캐릭터 설정이 튀는 대목도 보이지만, 원작자인 이낙준(필명 한산이가) 씨가 현직 의사(이비인후과 전문의)라는 점에서 배우들의 대사 한마디, 소품 하나까지 어떤 작품보다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두 번째 이유로 바로 주지훈을 빼놓으면 안 될 일이다. 일찌감치 넷플릭스 초창기 '킹덤' 시리즈로 쌓은 그의 해외 인지도는 무시할 수 없었다. 이후 스크린과 OTT를 넘나들며 최근작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조명가게'와 tvN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까지 그가 보여준 글로벌한 작품 행보 역시 '중증외상센터'의 가장 큰 흥행 요인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소 거만하고 재수 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주인공 백강혁의 연기는 '연기 장인' 주지훈이 아니었다면 탄생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다 신선한 조연 배우들과의 조합은 주지훈과 조화를 이루며 팀워크 중심의 서사를 생동감 있게 풀어냈다. 뉴페이스 추영우와 하영의 발견은 '중증외상센터'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로 칭송 받을만하다. 맛깔 조연으로 분한 외과과장 '한유림' 캐릭터 역시 왜 윤경호여야만 하는가를 보여준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또한 과하지 않은 고퀄리티의 수술 장면과 긴박한 배경 음악, 시기적절하게 사용된 사운드 디자인은 시각적 요소와 결합해 몰입도를 높였다. 핸드헬드 촬영기법과 클로즈업 교차 편집 등은 중증외상센터와 수술실의 긴박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은 '중증외상센터'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넷플릭스의 인프라를 통해 언어 장벽이 낮아졌고, 글로벌 마케팅의 수혜를 입었다. 특히 이전 '킹덤'부터 '오징어게임', '더글로리' 등을 통해 쌓여온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성공과 신뢰감이 더해졌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그럼에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은 남는다. 드라마는 주인공 백강혁 교수를 중심으로 중증외상센터 팀원들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몇몇 캐릭터의 내면이 충분히 깊이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소 부족한 런닝타임의 한계이겠지만, 특히 조연 캐릭터들의 배경과 동기가 단편적으로 제시되는 점, 그들의 성장이나 변화가 미흡하게 느껴지는 점이 아쉽다. 천장미 간호사(하영 분)의 경우도 강인하고 밝은 면은 잘 부각되었지만, 내면적인 갈등과 과거 스토리가 더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은 점에서 캐릭터의 입체감이 조금 부족해 보였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술 장면, 의학적으로도 설명이 부족한 일부 장면들은 실제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소 만화적인 설정은 이해하지만 전문적인 메티컬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8부작으로 마무리를 하려다 보니, 결말이 다소 급하게 마무리되는 부분도 지적된다. 시즌2의 제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오픈 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시간에 쫓겨 서둘러서 마무리된 느낌이 없지 않다. (이것이 시즌2를 위한 떡밥이었다면 성공한 전략임을 인정한다.)

제작사는 아직 '중증외상센터'의 시즌2 제작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글로벌 성공과 함께 원작자가 시즌2와 시즌3까지 언급한 만큼, 시즌제 드라마로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중증외상센터'는 한국적인 정서를 기반으로 하되 '메디컬'이라는 보편적인 소재와 배우들의 케미,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기술적인 결합, 그리고 넷플릭스라는 인프라를 통해 단숨에 글로벌 시장 중심에 우뚝 섰다. 시즌2에서 더욱 깊이감 있는 캐릭터 개발과 전개의 아쉬움을 보완한다면, '오징어 게임'이 그랬듯 한국형 메디컬 드라마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