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가늘고 긴 면발처럼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국수. 그 다양한 맛과 사연을 품은 국수를 만나 본다.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관방천을 따라 국숫집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곳은 ‘담양의 국수거리’다. 1960~70년대 대나무로 만든 물건을 파는 죽물시장이 서면서 장터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국수를 팔던 노점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국수거리로 자리 잡게 됐다.
집집마다 비법을 가진 진한 육수 맛의 멸치국수부터 담양에서 나는 죽순을 넣어 만든 초계국수까지 다양한 국수를 맛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이곳에서 나고 자라 국수 맛은 원 없이 봤다는 김대학 씨(58). 국수가 아무리 맛있어도 과거 죽물시장이 열리면 시장 뒤편에서 국수를 팔던 장모님 표 ‘피 국수(선지국수)’만 한 게 없다는데. 흔했던 선지를 얻어와 한 번 데쳐내고 콩나물 듬뿍 넣어 끓인 선짓국에 국수를 말아낸 선지국수 한 그릇이면 허기진 마음까지 채워지곤 했단다.
없는 형편에도 불쌍한 사람들에게 남는 국수를 나눠주곤 했다는 김금애 어르신(80)과 어머니의 뒤를 이어 국수거리를 지키고 있는 윤명희(55), 김대학(58) 부부. 장터의 추억을 품고 살아온 가족과 오랜 세월 이어온 담양 국수거리를 만나 본다.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온새미 마을’, 이름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삼복더위에도 땀 뻘뻘 흘려가며 옥수수를 수확하느라 분주한 마을 사람들. 옥수수는 수확시기를 조금만 놓쳐도 딱딱해지기 때문에 아무리 더워도 밭으로 향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처럼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면 동네에서 힘 좀 쓴다는 일꾼들이 국수틀을 꺼내 든다. 만져만 봐도 반죽이 다 됐는지 안다는 김춘화 어르신(86)의 진두지휘에 따라 한쪽에서는 반죽하랴, 한쪽에서는 국수틀 누르랴 동네 사람들 모두가 바쁘다.
메밀 반죽을 틀에 넣고 국수를 뽑아낸 뒤, 샘에서 떠온 차가운 샘물에 채 썬 오이를 넣어 만들면 냉국 완성. 냉국에 면 사리만 넣어 먹는 막국수는 온새미 마을만의 별미다. 논이 없던 산촌에서 옥수수는 전분을 안쳐 올챙이국수로도, 팥소를 넣어 부꾸미로도 밥상을 책임져준 고마운 작물이었다. 떡메로 친 찰떡에 밀랍을 발라 만든 밀랍떡까지 더운 여름을 지혜롭게 견디며 정을 나누는 온새미 마을의 국수 먹는 날에 함께 해본다.

제분 기술이 발달하기 전, 국수는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1960년대 이후 수입 밀가루가 보급되면서 전국 각지에 국수 공장이 생겨났고, 국수는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값싸고 고마운 한 끼가 되었다.
스물일곱 살에 국수 공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해 평생을 국수와 함께 살아온 곽강찬(84), 이명희(77) 부부. 하루도 쉬지 않고 국수 만드는 일에 매달려 살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 일을 놓지 못한 채 바쁜 하루를 보낸다. 반죽, 뽑기, 건조까지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가는 일. 부부는 수십 번씩 무거운 국수 건조대를 나르며 일이 힘들다 하면서도 일을 놓지 못한다. 습도가 적당해 국수 말리기 좋은 여름철이면 일에 쫓겨 끼니조차 챙기기 어려워 설탕에 물만 부어 간단히 만든 설탕국수로 허기를 달래곤 한다.
매일 국수를 만들고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이명희 어르신. 맛이 좋은지 나쁜지를 살피기 위해 날마다 삶다시피 한다는데 쫄깃한 면발에 콩물을 부어 먹는 콩국수는 여름철 최고의 호사! 길고 질진 면발처럼 고된 세월을 함께 견디며 살아온 부부의 이야기를 만나 본다.

전라북도 무주 앞섬마을, 금강 물줄기가 마을을 휘감아 도는 물돌이 마을이다. 이맘때면 더위를 식히려고 강으로 향한다는 한대식 씨(55). 아버지에 이어 강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이다. 오늘은 물놀이 겸 고기잡이인 특별한 고기잡이를 보여주겠다는데. 오리 모양의 나무 조각이 달린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몰아 잡는 ‘오리치기’는 오리를 치면서 걸어가면 오리가 오는 줄 알고 물고기들이 도망을 가다가 미리 쳐놓은 그물에 걸리는 방식. 물놀이도 하면서 고기를 잡는 여름철 놀이란다.
오리치기를 하는 날이면 가마솥을 걸고 어탕칼국수 한 솥 끓여 먹던 추억이 새록새록. 평생 남편과 함께 고기를 잡고, 내다 팔아 무주 일대에 ‘쏘가리 아줌마’로 소문났다는 이순자 씨(76)와 시집오기 전엔 민물고기를 손질할 줄 몰랐지만, 어부의 아내로 살며 이제는 시어머니보다 더 능숙해졌다는 며느리 윤미숙 씨(51). 오늘은 대식 씨가 잡아 온 고기로 어머니 이순자 씨(76)와 아내 윤미숙 씨(51)가 솜씨를 뽐내보겠단다. 푹 삶아 체에 곱게 걸러낸 뒤, 고추장을 풀어 넣고 끓인 어탕칼국수와 다슬기 살을 바르고 소면을 넣어 끓여낸 구수한 다슬기국수까지 이열치열 여름을 나는 가족들의 특별한 별미를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