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밥상'에서는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창고같이 풍부한 먹거리와 시간을 보관한 무진장을 소개한다.

덕유산이 품을 내어주는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두문마을은 덕유산 아래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선 조선시대 불꽃놀이인 ‘낙화놀이’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서생들이 책거리를 마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즐겼던 두문마을의 ‘낙화놀이’. 오늘은 한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친 마을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여름 축제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둘러앉아 ‘낙화봉’을 만든다. ‘낙화봉’ 안에 들어가는 주요 재료는 뽕나무 숯이다.
누에를 키우던 마을이라 지금도 뽕나무가 지천인데. 뽕나무는 ‘낙화봉’ 재료로 쓰일 뿐 아니라 음식에도 활용된다. 뽕잎과 쑥 위에서 푹 익힌 ‘뽕잎 수육’은 마을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옛날부터 고수를 즐겨 먹어서 상추처럼 집집이 길렀다는 두문마을 주민들. 매콤하게 무친 ‘고수 생채’를 고기와 곁들이면 여름철 더위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는다. 든든히 속을 채운 뒤 모두가 즐기는 낙화놀이. 한여름 밤을 수놓는 불꽃의 붉은 궤적이 아름답다.

무진장 일대의 고원을 진안고원이라 부를 만큼, 고원의 특성을 잘 간직한 곳이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이다. 해발 700미터 이상의 고봉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깃대봉 중턱 천상데미엔 섬진강의 발원샘이 있다. 이곳을 자주 들르는 조철(64세) 씨는 진안의 매력에 빠져 15년 전 이곳에 귀촌한 셰프다. 특급 호텔에서 요리하던 그는, 청정한 자연에서 얻는 신선한 식재료로 음식을 하는 즐거움이 커서 산골 셰프로 변신했는데. 진안엔 건강한 식재료를 키우는 이웃이 많다는 게 반갑기만 하다.
오늘 조철 씨는 건강하게 자란 닭을 이용해, 삼계탕을 새롭게 해석한 ‘닭가슴살인삼말이’를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진안의 맑은 물에서 잡힌 민물 새우와 여름 감자로 빚은 옹심이를 넣은 ‘민물새우완자탕’도 밥상에 올린다. 청정 자연의 식재료로 맛을 낸 한상은 귀촌한 딸 내외와 함께한다. 아버지의 요리를 잇기 위해 한달음에 진안으로 내려온 것이 고마워 딸과 사위에게 선물하는 밥상이다. 산과 물, 사람이 맑은 진안의 밥상을 만난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돌솥은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했던 귀한 식기였다.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은 그 귀한 돌솥을 만드는 재료인 ‘곱돌(각섬석)’의 고장이다. 곱돌은 수천 만 년 동안 고온과 압력을 견디며 만들어진 돌인데, 옛 선조들은 뼈가 뿌려지면 그것을 갈아 약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45년 동안 장수군에서 곱돌 그릇을 만드는 박동식(76세) 씨. 그의 손길이 닿으면 투박한 돌이 곱고 단단한 그릇으로 다시 태어난다. 곱돌은 평범한 음식도 특별한 맛을 내게 하는데. 곱돌엔 공기층이 있어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것이다. 곱돌로 만들 오늘의 요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삼겹살과 영양밥! 곱돌판 위에서 장수의 특산품인 꺼먹돼지 삼겹살을 올려 구우면 기름이 빠져 더 쫄깃해진다.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는데, 이번 방송에서는 그 마성의 맛에 빠진 최수종 배우의 먹방을 만나게 된다.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은 ‘레드푸드’의 고장이다. 일교차가 큰 기후에서 자란 사과, 한우, 토마토 등이 장수의 자랑인데, 지금은 한창 과실을 솎아주는 시기다. 6년 전 장수로 귀향한 김창명(61세) 씨가 한창 적과를 하면 초보 농부 아내 오은주(54세) 씨는 이삭줍기를 한다. 부부 곁에는 아들 대일(25세) 씨가 농사를 배우고 있다. 이 가족이 귀농하게 된 건 아픈 두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서였다. 폐 한쪽이 없이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성장한 큰아들과 뇌성마비로 태어나자마자 1급 장애를 얻은 둘째 아들도 힘겨운 재활훈련으로 건강하게 자라, 부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들에겐 맛있는 것 나누며 사는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는데. 여름 농사로 지친 가족을 위해 영양 가득한 밥상을 차린다. 고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가족을 위해 차돌양지를 통째로 넣어 국물을 내고 느타리버섯을 더한 ‘느타리버섯소고기뭇국’을 준비한다. ‘쫄대기’라고 불리는 돼지 앞다리 살을 매콤하게 볶은 ‘쫄대기두루치기’는 가족 모두의 최애 메뉴! 특별할 거 없는 고원에서의 하루가 가장 큰 선물이라는 김창명, 오은주 부부. 가파른 산비탈 같은 인생길을 올라오니 맑고 시원한 고원이 펼쳐져 있어 이제야 깊은숨을 내쉰다는 가족의 행복 밥상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