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요즘 입버릇이요? '그럴 수도 있죠'예요. 하하."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이하 로또 1등)에서 계약직 사원 이지혜는 '할 수 있습니다!'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20대 초·중반의 하율리도 그랬다.
"데뷔 초에는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건가?' 너무 초조하고 조급했어요. '할 수 있어요' 하면서 앞으로 가는 데만 에너지를 썼는데 요즘은 '천천히 가도 돼, 잘하고 있어' 하고 스스로를 다독여요.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나무도 보게 됐어요."
'로또 1등'보다 먼저 방송된 MBC '유부녀 킬러'는 '로또 1등' 이후에 촬영한 작품이었다. 매번 누군가를 괴롭히는 악역을 맡아 홀로 촬영하는 장면이 많았던 하율리는 연이은 팀 촬영에 온기를 느꼈다.
'유부녀 킬러'에서 하율리는 독살 전문 킬러 오현남을 연기했다. 이준혁이 추천해준 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를 참고하고 어쩌다 총이 아닌 독을 사용하는 킬러가 됐는지 분석을 시작했다. 또 '로또 1등'과 달리 원작에 충실하고자 했다.
"현남이가 살아온 환경을 제가 경험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대본과 원작에서 다른 인물들이 현남이를 평가하는 대사를 많이 발췌해 정리해 두고, 거기에 제 상상을 더해 풍성하게 만들었어요."
지난해 초 JTBC '옥씨부인전' 종영 이후 비즈엔터와 만났던 하율리는 자신을 '빨강'이라고 표현했다. 티빙 '피라미드 게임'과 '옥씨부인전'에서 연달아 강한 악역을 맡은 뒤였다.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하율리의 색은 어떨까.

"카키나 브라운? 빨강과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하하. 20대 초반에는 달리는 데 열정을 쏟았다면 요즘에는 스스로 되돌아보고 여유를 갖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어요. 좀 더 차분한 20대 후반을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 그 색이 떠올라요."
일상에도 루틴이 생겼다. 촬영이 있는 날은 2시간 일찍 일어나 30분 이상 달리거나 자전거를 탄다. 대신 쉴 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올드팝을 들으며 레고를 만지고 퍼즐을 맞추거나 만화책을 보러 간다.
지난 인터뷰에서 하율리는 자신의 전성기가 서른 살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은 어디쯤 와 있을까. 하율리는 '레드카펫'에 비유했다.
"배우들이 레드카펫에 서기 전에 수많은 준비를 하잖아요.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귀걸이와 드레스를 고르는 그 단계인 것 같아요. 30대부터 전성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같아요. 그래서 20대 후반엔 해보지 못한 것도 경험하면서 많은 무기를 장착하고 싶어요."

그 무기에는 장르의 제한이 없다. 지난 인터뷰에서 목표로 꼽았던 제작발표회 무대를 '로또 1등'으로 이룬 하율리는 이번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다.
"제 필모를 보니 장르가 겹치는 게 거의 없더라고요. 로맨스, 코미디, 스릴러, 액션까지 제대로 도전해보고, 필모의 퍼즐을 잘 쌓고 싶어요."
이런 욕심이 생긴 건 선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의 하율리는 자신이 잘해 보일 수 있는 작품만 골라야 하는 건 아닌지 늘 평가를 두려워했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라는 불안함도 컸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요즘은 실패하더라도 나한테 값진 경험이 되겠구나, 필요한 경험이 되겠구나 싶어요. 너무 성공만 바라고 완벽한 것만 바라면 나중에 뒤늦게 실패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열렸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