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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人] “밀당보다 신뢰”…이정하 콘텐츠판다 팀장, ‘부산행-악녀’로 해외시장 2타석 2안타
입력 2017-06-16 17:22    수정 2017-06-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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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판다 이정하 팀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불특정 다수의 해외 영화 바이어(buyer)들을 상대해야 하는 셀러(seller)에게 요구되는 자질.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쩌면 그것은 이성적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여러 요소가 엮여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인간적인 매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NEW의 해외배급 및 해외세일즈를 담당하는 ‘콘텐츠판다’ 이정하 팀장에 보면서 했다. 이정하 팀장과 통성명을 한 건 올해 칸국제영화제 출장 당시, 우연히 점심식사 자리를 합석하면서다. 식사시간 내내 영화와 마켓과 영화제에 대해 유들유들한 유머와 적확한 단어를 섞어가며 쉼 없이 이야기하는, ‘살짝 영화에 미친 것 같은 사나이’에게 인간적인 호기심을 느꼈고, 동시에 직업인으로서 자긍심과 영화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읽었다. 그에게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다.

이정하 팀장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초대박을 친 ‘부산행’ 해외세일즈를 이끈 인물이다.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부산행’은 당시 ‘한국형 좀비영화’라는 호평 속에 전세계 156개국에 판매된 바 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액션 스릴러 SF 등의 장르영화 중 독특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을 초청해 상영하는 프로그램. 예술성 위주의 작품이 즐비한 칸영화제 기간에 숨통을 틔어 주는 섹션으로 올해 NEW는 ‘악녀’로 또 한 번 미드나잇 섹션을 밟았다. 이번에도 해외 세일즈를 담당한 이는 이정하 팀장. ‘악녀’는 136개국에 판매되며 또 한 번의 안타를 NEW에게 안겼다.

한국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이정하 팀장은 ‘옥자’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NEW가 배급을 맡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알다시피 지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논란의 작품이기도 하다. 그에게 마켓과 ‘옥자’, 영화와 인생에 대해 물었다.

Q. 칸국제영화제에서 돌아오고 한숨 돌리고 있나 했더니, ‘옥자’로 바쁜 것 같다.
이정하:
배우(틸다 스윈튼, 스티븐 연 등) 내한 기자회견도 있고 해서 그렇게 됐다.(웃음)

Q. 언제 좀 쉬는 건가.
이정하:
해외 팀은 주기가 있다. 2월-베를린국제영화제, 3월-홍콩필름마켓, 5월-칸국제영화제로 2월부터 5월까지는 상당히 바쁘다. 여름에 한산하다가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다시 분주해진다. 큰 마켓으로 꼽히는 아메리칸필름마켓(AMF)이 11월에 있고.

Q. 1년에 해외 나갈 일이 많겠다.
이정하:
앞서 말한 5개 마켓은 꼭 간다. 1년에 4회는 기본적으로 나가는 셈이다. 그 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켓이 9월에 열리는 토론토국제영화제다. 토론토영화제의 경우 사실 정식 마켓은 없다. 그래서 바이어(buyer)들에게 굉장히 좋은 마켓이기도 하다. 미팅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고, 영화를 보고 나오면, 극장 밖에 있던 셀러(seller)들이 알아서 “너 우리 영화 봤니? 괜찮아?”라고 물어오니까.(웃음) 호텔 로비에 오래 앉아 있는 분들 대부분이 셀러들이다.

▲콘텐츠판다 이정하 팀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해외 출장을 부러워하는 시선도 있을 텐데.
이정하:
많이들 부러워한다. 그런데 화려한 모습만 봐서 그렇고. 칸에 여러 번 갔지만, 제대로 된 구경은 한 번도 못해봤다. 마켓 주변에만 있어서 어디가 좋은지도 잘 모른다. 그만큼 바쁘다. 모르는 분들은 “해외 가면 좋겠어요” 하시지만, 우린 일로 가는 거니까. 놀러 간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다. 해외팀의 딜레마라고 해야 할까.(웃음)

Q. 공감한다. 기자들도 칸 취재를 갈 때 그런 시선을 느끼거든.(웃음)
이정하:
그래서 표정 관리는 필수다. ‘빡센’ 척!(일동웃음) 바쁜 게 사실이고.

▲“태초에 ‘부산행’이 있었다”

Q. 어떤 마켓이 가장 흥미롭나. 역시 규모가 큰 칸마켓인가.
이정하:
아무래도. 칸에서 성과를 많이 얻기도 했다. 그래서 뿌듯한 마켓이다. 몸이 힘든데 결과도 안 좋으면 정말 피곤하지 않나. 다행히 작년에는 ‘부산행’으로, 올해는 ‘악녀’로 좋은 성과를 냈다.(두 작품 모두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대됐다.)

Q. ‘부산행’이 칸 후광을 톡톡히 본 후, 많은 한국 영화들이 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을 노리고 제작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밀히 말해 이번 ‘악녀’도 칸 출품에 맞춰서 만들어진 작품이고.
이정하:
세일즈 입장에서는 경쟁부문 출품보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출품이 좋기도 하다. 미드나잇 마크를 달면 작품성은 어느 정도 충족시키면서 대중성도 인정받은 작품이라고 판단들을 하니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지만, 성향상 예술영화에 치중하는 바이어들이 있고, 흥행과 대중성을 노리고 영화를 구입하는 바이어들이 있다. 우리의 경우 ‘부산행’으로 재미를 봤던 바이어들이 올해 ‘악녀’도 많이 사갔다.

Q. 내년에도 NEW 작품이 미드나잇 섹션에 초청된다면….
이정하:
아~ 그건 정말….(웃음) 3년 연속이면 엄청난 건데.

Q. 출품을 위해 준비는 할 테고.(웃음)
이정하:
야심차게 준비하는 작품이 하나 있기는 하다. 미드나잇 카테고리에 적합한 느낌의 작품인데 하반기에 제작에 들어간다.

Q. 하반기 NEW 제작 라인업을 유심히 보면 유추할 수 있겠다.(웃음) 칸영화제는 자신들이 발굴한 감독/배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곳이지 않나. 이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NEW도 2년 연속이니 그들이 눈여겨보지 않을까 싶다.
이정하:
올해 ‘악녀’가 초청받았을 때 기자회견에서 티에르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부산행’을 언급했다. 작년 ‘부산행’의 성과가 올해로 이어진 게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 게다가 올해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세 편 중 두 편(‘악녀’ ‘불한당’)이 한국영화이지 않았나. 실제로 ‘부산행’으로 칸도 재미를 많이 봤다. 칸의 경우, 영화제가 예술성에 너무 치우쳐서 대중성이 사라지는 걸 경계하는 게 있다. 대다수의 영화제가 그렇겠지만 말이다.

▲지난해 칸필름마켓 콘텐츠판다 부스

Q. 그래서 영화제들이 스타 초청에 힘을 쏟는 것일 테고. 타 회사 해외팀과도 교류가 많나.
이정하:
해외팀들은 전반적으로 친하다. 보이지 않는 경쟁이 살짝 있기는 하지만.(웃음) 뭐랄까. 세일즈에 대해서만큼은 “어떻게 됐어요?” 물어보지 않는다. 불문율 같은 거다. 어떤 작품을 출품하는지도 대충 짐작만 할 뿐, 물어보지는 않는다. 뭔가를 물어보면 나도 하나 알려줘야 하기도 하고.(일동웃음)

Q.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확실한 것 같다.(웃음)
이정하:
‘부산행’도 그랬지만, 이번 ‘악녀’ 역시 우리가 출품신청을 했는지 모르셨을 거다.(일반적으로 배급사들은 비공식적으로 칸영화제 출품을 준비한다. 미리 알렸다가 초청받지 못할 경우 난처할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악녀’가 추구하는 액션 하나만으로도 센세이셔널하다고 봤거든. 액션 시퀀스가 유니크 하기에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상영했을 때, 충분히 환호 받을 만하다고 봤다. 피칭할 때도 그 부분을 중점으로 어필했다.

Q. 피칭? 아, 출품 피칭도 하나?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건가.
이정하:
작년 ‘부산행’ 때도 피칭을 했는데, 한국에서 작품을 직접 영화제에 들고 가서 피칭하는 트렌드가 생긴 지 얼마 안됐다. 칸 출품 규정을 보면 3월 중에 작품을 DVD나, 블루레이, DCP(디지털로 제작한 상영용 영화 파일) 형태로 보내서 등록을 마쳐야 한다. 마감 날짜가 찍힌 우편까지 받는데, 유명 감독 작품은 기다려주는 경우도 있다. 칸 오피스는 사실 파리에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시점(5월)을 앞두고 파리에 있는 오피스가 칸으로 모두 이사를 가는 형태다. 작품 마감은 3월이니 피칭을 위해서는 파리로 간다.

Q. 피칭 효과가 얼마나 있다고 보나.
이정하:
음. 기자님도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과 서면으로 이야기하는 건 다르게 느끼리라 생각한다.

Q. 아주 다르다.(웃음)
이정하:
그 느낌이리라 본다.(웃음) 물론 첫째는 영화의 힘이겠지만. 작년 ‘부산행’때 피칭을 하러 갔는데, 사무실 한 쪽 구석에 DVD, DCP 등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더라. 부집행위원장 크리스찬 주앙의 책상에도 DVD가 엄청 쌓여 있었다. 생각해보라. 이걸 그냥 우편으로 보냈다면…유명 하지 않은 감독 작품의 경우 깊이 있게 살펴보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에 반해 직접 가서 “이거 우리 감독 작품이야, 꼭 좀 봐줘”하면, 정성 때문이라도 DVD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두겠지. 그 차이는 있을 것 같다.

▲“마켓, 정보력 싸움…롱텀 릴레이션십(Long-term Relationship) 중요”

Q. 콘텐츠판다 조직 구성은 어떻게 돼 있나.
이정하:
크게는 콘텐츠사업팀과 해외세일즈팀으로 나뉘어 있다. 내 경우가 해외세일즈팀이고, 콘텐츠사업팀에는 김태원 팀장님이 계시다. 그 분도 사실 해외팀 출신인데 우리와 달리 해외 마켓에서 작품을 구매한다. 그동안 ‘도라에몽’, ‘파워레인저’ 등을 구입해서 극장 배급을 했다. 다른 회사에서 구매한 작품을 우리가 부가판권으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가령 ‘문라이트’ ‘언노운걸’의 경우 오드(AUD)가 구입-배급을 하고, 우리가 부가판권을 담당한 경우다. ‘문라이트’의 경우 아카데미에 갈 확률이 높은 작품이라는 걸 미리 파악하고 부가판권을 확보한 경우다.

▲올해 칸필름마켓 내 '악녀' 포스터

Q. 마켓은 정보력의 싸움 같다.
이정하:
정보력 싸움, 맞다. 구매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부산행’의 경우에도 정보에 예민했던 분들이 선점을 해서 ‘초대박’이 났다. 반면 “에이, 제3세계 좀비 영화가 되겠어?”라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 바이어들은 나중에 적지 않게 후회했다고 들었다.(웃음) ‘부산행’ 미드나잇 스크리닝이 끝나고 문자가 엄청 쏟아졌다. 상영 다음 날, 부스도 엄청 미어터졌었고. ‘갑과 을의 관계가 이런 식으로 바뀌는 구나’를 느낀 순간이기도 했다. 확실한 터닝 포인트라 느꼈다.

Q. 그때부터 치열한 비딩(bidding)이 붙는 건데. 가격 ‘밀당’이 필요하지 않나.
이정하:
필요하다. 무조건 가격을 올리는 건 위험하다. 이 영화의 가치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에스킹 프라이스(Asking Price, 제작자 혹은 배급사에서 받길 원하는 금액)를 잡는 게 중요하다. 사실 한국영화를 사는 사람들은 매번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신뢰는 필수다. ‘먹튀’를 할 생각으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팔아버리면 관계는 틀어지기 십상이다. ‘부산행’을 하면서 바이어들과의 신뢰를 많이 쌓은 느낌이다. “네가 하는 영화는 다음에 그냥 사줄게”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게 바로 신뢰의 힘 같다.

Q.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일하는 맛이 나겠다. 사실 그게 일하는 핵심이기도 할 테니.
이정하:
맞다. 특히 나는 바이어도 해 봤기에 그들의 심리를 잘 안다. 셀러 입장에서 돈 만 불 더 받으려고 푸시 하는 것보다, 만 불 덜 받더라도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신뢰를 쌓고 롱텀 릴레이션십(Long-term Relationship)을 가는 게 필요하다.

Q.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듣고 싶다.
이정하:
고1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원래는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대학(미시간주립대) 시절, 영화 관련된 과목을 많이 들었다. 대학 근처에 조그마한 영화제가 있어서 봉사활동도 하곤 했다. 그런데 연출적으로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 많더라. 깨달음이 빨랐다. 그때 ‘아, 나는 말도 많고 하니까 유통 쪽에 종사해 보자’가 된 거다.

Q. 시네필이었던 셈이다.
이정하:
맞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이력서를 들고 충무로 영화사들을 돌아다녔다.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2.0’ 등 4-5군데에 이력서를 냈는데, 그때 회사들이 지금 대부분 없어지고 없다. 그렇게 태원엔터엔먼트에서 2007년 해외팀 막내 일을 시작했다. 그땐 영화 수입 일을 주로 맡았다. ‘황금나침반’ ‘섹스 앤 더 시티’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슛뎀업 : 거침없이 쏴라’가 관여한 영화들이다. 이후 2011년 오퍼스픽쳐스를 거쳐 2014년도에 지금의 콘텐츠판다로 왔다.

Q. 지금은 영화계에도 해외파들이 많지만 2007년도엔 그리 많지 않았을 때다.
이정하:
당시 함께 시작했던 영화판 막내들 중에, 살아남은 친구가 없다. 다들 떠났다. 힘드니까. 박봉이기도 하고.

▲콘텐츠판다 이정하 팀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그럼에도 당신이 버틴 건?
이정하:
영화를 좋아하는 힘으로 버텼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한 우물만 파면 그만한 보람이 찾아오니까.

Q. 작품을 파는 것과 사는 것, 어느 쪽이 적성에 조금 더 맞나.
이정하:
세일즈. 말했듯 내가 말이 좀 많기도 하고.(일동웃음) 바이어의 경우 작품을 샀을 때의 쾌감이 있다. ‘내가 마켓에서 이 핫(hot) 한 걸 샀어!’하는 뿌듯함과 위너가 된 기분이 있거든. 그런데 거기에서 다시 걱정과 근심이 시작된다. 구입한 작품을 어떻게 성공시킬지, 한숨이 밀어오는 거지. 세일즈의 경우 그에 대한 부담이 덜해서 일단 좋다. 그리고 한국영화를 좋게 포장해서 내놓는 일이지 않나. 결국 나는 신나서 파는 사람 같다.

Q. 유명 감독 작품의 경우,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비딩이 붙는 것으로 안다.
이정하:
연상호 감독님 차기작은 벌써부터 사겠다는 바이어들이 있다. 시놉도 준비가 안 됐는데 말이다. 한국 영화의 경우 프리-바잉이 거의 없기에 이건 상당히 드믄 일이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님 정도가 아니면 다들 어느 정도의 풋티지를 보고 결정한다. 풋티지를 보고도 “완성본 나오면 결정할게” 하면서 셀러들 ‘똥줄’ 태우는 바이어도 많다.

▲“넷플릭스 ‘옥자’, 트렌드 변화 ing”

Q. 넷플릭스 등장으로 마켓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이정하:
패러다임이 살짝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경쟁 상대가 한명 더 늘어난 셈이다. 그것도 거대 경쟁자가. 그와 별도로 저희는 넷프릭스와 ‘판도라’ ‘루시드드림’에 대한 국내 및 해외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판도라’의 경우 넷플릭스가 한국 작품 글로벌 판권을 사전 구매해 전세계 배급을 결정한 첫 케이스다. 일을 하다 보니, NEW와 넷플릭스가 비슷한 면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업계 관행을 넘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데 NEW도 그렇고 넷플릭스도 그렇고 많이 오픈돼 있다. 새로운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판도라’ ‘루시드드림’의 경우도 우리와 넷플릭스에겐 새로운 시도였다. 윈-윈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Q. 넷플릭스가 제작한 ‘옥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상영관 확보를 두고 많은 논란들이 있는데, 셀러 입장에서 느끼는 바가 있을 것 같다.
이정하:
아, 이걸 어떻게… 조심스럽다.(웃음) 개인적인 의견이다. 일단 ‘옥자’를 영화로 봐 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지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게 플랫폼이다. 그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들이 많은데, 이 경계는 앞으로 더 허물어지면 허물어지지 견고해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트렌드는 항상 변한다. 지금 그 변화의 흐름에 있는 거고. 10년 후에 지금의 논란을 돌아보면 ‘아, 그땐 그랬었지?’ 하지 않을까 싶다. TV가 등장했을 때 영화는 망할 것이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 '옥자' 내한 레드카펫 현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결국 미디어업계가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느냐, 얼마나 더 파고들어서 바라보느냐가 중요한 관점일 수 있다고 본다. 그랬을 때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움직여야 그 산업을 선도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Q. 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올해 남은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이정하:
하반기에 나오는 작품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며 가는 게 목표다. 하반기에 정우성-곽도원의 ‘강철비’(양우석 감독), 백윤식-성동일의 ‘아리동’(김홍선 감독)이 개봉한다. 그리고 염정아-박혁권의 ‘장산범’. ‘장산범’은 이번 칸마켓에서 세일즈가 잘 됐다. 100개국 이상에 판매가 됐는데, ‘숨바꼭질’을 만든 허정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게 어필이 된 것 같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공포 영화 컨셉으로 홍보를 했다. 국내에서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홍보가 될 전망이다.

Q. 영화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지금은 일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이정하:
맞다. 지금은 일이 재미있어서 하는 것 같다. 안 그랬으면 오래 못 버텼을 거다. 해외팀 일이 잘 맞기도 하다. 해외에서 작품을 보는 것과 한국에서 보는 건 느낌이 완전 다르다. 한국영화가 해외에 초청돼서 레드카펫에 올라갈 때, 그 뿌듯함이란.

Q. 팀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정하:
자부심, 있다. 우리는 모두 영화인이라는 마음으로 일하니까. 정말 그렇다. 나는 내가 회사원이라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영화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작품을 사고 팔 땐 가끔 업자가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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