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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영 칼럼] 명예 훼손과 댓글 문화
입력 2017-07-12 09:39    수정 2017-07-12 09:52

“상대 그 녀석이 맘을 다치던/ 무식한 넌 따로 지껄이고...서태지 ‘인터넷전쟁’ 가사 일부”

자유로운 의견개진이라는 핑계를 대며, 법이 허용하는 범주를 넘어서 글을 쓰는 “악플러”들로 인해 연예인들이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활동을 중단하고, 형사 고소에까지 이르는 등 수많은 사이버명예훼손, 모욕 등에 관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옆 팀의 누가 나에 대해 이렇게 험담을 하더라” 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그 날 하루 종일 기분이 불쾌할 정도로 예민할 수 있는 법인데, 불특정 다수가 보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누군가가 나에 대해,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유포하고 있거나 몹시 악의적이고, 성적인 농담을 하고 있다면, 얼마나 정신적 충격이 극심할지 이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이버명예훼손”은 고도의 전파성을 가져, 일반적인 명예훼손 보다 그 파급력과 피해가 막심하기에 형법이 아닌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의해 엄하게 처벌을 받게 된다. 이렇듯 잠시 키보드에 손을 올려 기재했을 뿐인 몇 문장은, 평생을 따라갈 전과기록도 남길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게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한 사람의 마음에 “치유가 불가능한”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그렇기에 법은 이를 엄중히 처벌하는 방법으로 명예훼손의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입법취지를 악용하여 자신에 대한 기사에, 조금이라도 기분이 상할 만한 내용이 게재되면 “너, 고소!!”라는 말처럼, 작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에 이르는 사람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형사고소를 하는 등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가 남용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나에 대해 기분 나쁜 이야기가 게재되고, 누구나 해당 내용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당사자에게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악의적인 내용이 아니라, 단순히 의견이나 사실관계를 이야기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 모욕으로 형사고소를 진행한 후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니, “의견이나 사실을 말했음에도 전과기록이 남게 되는” 억울한 가해자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예훼손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라는 점까지 악용하여,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명예훼손의 피해자라 주장하는 자”가 소위 말하는 “합의금장사”를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고소남용이 문제가 되자, 대검찰청은 댓글게시자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한 후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고소제도를 남용한 경우, 고소각하, 조건부기소유예를 하고 고소남용자가 피고소인을 협박하거나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 공갈죄, 부당이득죄 등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심한 악성댓글을 반복해서 올리는 등의 악의적인 행동은 법이 허용하는 범주를 벗어나기에 처벌받아 마땅하며 이 경우 합의를 조건으로 합의금을 받는 것은 “당사자의 판단”이기에 비난받기 어렵다.

그러나 단순한 의견개진에 대한 댓글들이 “기분 나쁘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고소와 합의금 요구를 일삼는 것은, 법이 보호하려는 취지를 벗어나는 것으로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게 될 수도 있고 결국에는 피해자라 주장하던 고소남용자가 “가해자가 되어” 더 큰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형사고소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인데, 이러한 고소를 남용하여 “이득을 챙기려는” 부적절한 수단으로 남용되는 경우 오히려 자신이 법의 엄중한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바, 명예훼손의 입법취지가 왜곡되지 않고 올바르게 실현될 수 있는 고소문화, 댓글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