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되는 KBS 1TV '이슈 픽 쌤과 함께'에서는 지속 가능한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연일 이어진 폭염은 사람뿐만 아니라 해양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한반도 연안의 해파리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해수욕장의 피서객이 감소했고, 특히 어업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수온이 상승하며 동해에서도 참치가 잡히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급증한 해파리의 독성으로 인해 참치가 죽고 어민 역시 독에 쏘이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
특히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은 ‘노무라입깃해파리’로, 작년에 비해 개체수가 10배 이상 증가하며 올해에는 국내 유입량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해파리가 급증한 이유로 우리 바다의 수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해파리의 서식 조건을 충족했다는 것과 연안 개발 및 오염 물질 방류로 해파리의 먹이가 풍부해진 환경을 들었다.
고수온 현상으로 증가한 해양생물은 해파리뿐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영화 '죠스'로 익숙한 백상아리의 친구뻘인 청상아리를 비롯한 온대열대성 상어류가 동해안에서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는데, 이들은 물개나 해달과 같은 해양포유류를 사냥하므로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열대아열대 해역에서 볼 수 있는 맹독성을 가진 해양생물인 파란선문어와 넓은띠큰바다뱀 역시 우리 바다에 출몰하기 시작하며 해양생태계에 전에 없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지구가열화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기 중의 탄소가 많아져 바다가 과도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고,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으며 탄산과 함께 수소 이온을 방출한다. 한마디로 알칼리성인 바다가 점차 산성화되는 것. 해양의 산성화는 조개나 새우 등 단단한 껍질을 가진 생물의 껍질 생성을 지연시켜 다양한 해양생물의 개체 수를 감소시킴과 동시에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준다.
김 교수는 해양생태계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우리 식탁 위에 오르는 해산물을 살펴보면 된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연안에 많았지만, 지금은 씨가 마른 대표적인 해산물로 ‘명태’를 꼽았는데, 국민 생선으로 불리며 1980년대까지 한 해 15만 톤까지 잡혔던 명태는 1990년대 들어 1만 톤 아래로 급감하면서 결국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바다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명태를 비롯하여 도루묵과 같은 한류성 어종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제주와 남해 쪽에서 잡히던 멸치와 오징어 등이 서해와 동해로 확대되며 한반도 인근에서 잡히지 않던 난류성 어종 참다랑어가 제주와 남해 인근에서 잡히는 등 해양생태계는 급속한 변화를 겪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생태계의 균형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해양 전체를 비롯하여 인류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결코 긍정적인 상황으로만 볼 수 없다는 김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해수의 온도가 평년보다 극단적으로 높은 상태가 수일에서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현상으로 해양 생태계의 재앙이라 불리는 해양 열파는 2011년 오스트리아 연안에서 10주간 지속되어 그곳의 열대어들이 모두 서식지를 떠나게 했을 뿐만 아니라 2018~2021년 사이에는 미국 알래스카 베링해의 대게 약 100억 마리를 아사(餓死)하게 만들기도 했다.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는 1980년대 초부터 해양 열파의 영향으로 산호초 표면의 플랑크톤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자 산호가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하는 대규모 산호 백화 현상이 일어났다. 산호의 멸종으로 인해 해양생물들이 터전을 잃고 수산업과 관광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지구가열화를 늦출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김 교수가 제시한 것은 바로 ‘블루카본(Blue Carbon)’이다. 2009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보고서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한 블루카본은 염생식물과 해조류 등의 해양생태계가 흡수저장하는 탄소를 의미한다. 공식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인정받으며 지구가열화를 해결할 열쇠로 떠오른 블루카본. 현재 맹그로브 숲, 염습지, 잘피림 이 세 가지가 공식적인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은 상태다.
그런데 네 번째 블루카본이 우리나라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김 교수의 말에 패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로 탄소를 저장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한 한반도의 갯벌이 그 주인공으로, 이 사실을 밝혀낸 것이 김 교수의 연구진이다. 갯벌 속의 저서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하고 탄소를 잡아먹는 역할을 하는데, 연간 최소 26~48만 톤의 상당한 탄소 흡수량을 자랑한다. 그러나 계속된 갯벌 간척 사업과 항만 건설 등으로 지난 40년간 우리 갯벌의 면적이 절반 정도 줄어들었다며, 김 교수는 “산업 터전으로서가 아닌 인류의 생존에 있어 갯벌의 가치를 재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해양생태학을 공부하며 느낀 점으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환경 문제에 있어서 결코 요행은 없다”는 말과 함께, “개인의 노력과 국가의 정책만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또한 “해양생태계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이미 알고 있는 일들을 하나씩 실천한다면 망가진 생태계가 조금씩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