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변호사님, 저는 어떻게 이런 뻔한 사기에 당했을까요?"
변호사 일을 하면서 수없이 들어온 하소연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사기'라고 해도 수법과 가해자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필자는 사기꾼들을 A, B, C 세 등급으로 분류했다. 그 중에서 A급 사기꾼들은 우리가 사기꾼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가장 위험하다.
◆ C급 사기꾼, 절박함이 만든 하수
가장 하위 등급인 C급 사기꾼들은 흔히 '사기범'이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기 전과가 많고, 수사기관의 단골손님이라는 것이다.
C급 사기꾼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뛰어난 지적 능력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 도박이나 마약 등 각종 중독에 빠져 당장 돈이 절실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다. 급한 마음에 얕은 수를 쓰다 보니 쉽게 발각되고, 그 결과 전과자가 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들의 사기 수법은 단순하다. 급전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하거나, 허위 투자처를 소개하는 정도다. 계획성이나 치밀함이 부족해 금방 들통이 나고, 피해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유형이기도 하다.
◆ B급 사기꾼, 사업가 탈을 쓴 중수
한 단계 위인 B급 사기꾼들은 좀 더 머리를 쓴다. 이들의 대표적 특징은 사업가로 위장한다는 것이다. 사기와 사업의 경계선을 교묘히 넘나들며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B급 사기꾼들의 공통된 패턴이 있다. 자기 명의로 된 재산이 거의 없고, 위장 이혼을 통해 재산을 은닉해놓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번듯한 사업가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깡통인 셈이다.
이들은 법인 설립이나 투자 유치를 명목으로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은다. C급처럼 노골적인 사기는 아니지만, 결국 투자자들의 돈으로 본인의 생활비나 이전 투자자들에게 돌려막기를 하는 폰지 사기의 성격을 띤다.
B급 사기꾼들은 C급보다는 덜 걸리지만, 그래도 수사기관의 관심을 받는 경우가 많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투자금을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문제가 터지기 마련이다. 자신은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고수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 A급 사기꾼, 완벽한 위선 속에 숨은 진짜 고수
A급 사기꾼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사기꾼'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완벽한 외형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공직 경력, 화려한 학력, 사회적 명성 등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회장님', '교수님', '의원님' 같은 호칭으로 불리며, 합법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더 교묘한 것은 이들 스스로도 자신이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익을 위한다거나,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이런 자기 최면 때문에 더욱 당당하고 설득력 있게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
A급 사기꾼들이 위험한 이유는 피해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사회적 신뢰도가 높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속고, 발각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설령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악의는 없었다", "선의로 한 일이다"라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는다.
◆ 각성한 개인이 되어 사기꾼을 간파하라
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할 대상은 A급 사기꾼들이다. 이들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활동한다. 겉모습만 보고는 절대 알 수 없다.
A급 사기꾼을 구별하는 방법은 그들의 말과 행동을 냉정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화려한 수사나 감정에 호소하는 말, 급하게 결정을 재촉하는 행동,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회피 등이 위험 신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각성해야 한다. 아무리 그럴듯한 포장을 해도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 쉽게 현혹되지 않는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사기꾼의 등급이 높을수록 우리를 속이는 수법도 정교해진다. 하지만 진실은 하나다. 아무리 포장을 잘해도 결국 남의 돈으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 본질을 간파하는 눈을 기르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