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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 황혼이혼, 반백 년 인생이 반반으로 나뉜다
입력 2025-07-03 12:30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비즈엔터DB)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몇십 년을 살아도 인생은 혼자인 것 같습니다"

이혼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60세 이상 노부부가 상담실을 찾을 때다. 의외로 이런 분들이 많다. 앞서 어느 상담자가 했던 "인생은 혼자"라는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

황혼이혼에서 자녀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미 성인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은 바로 재산 관련 문제다. 수십 년간 함께 일궈온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황혼이혼의 핵심이다.

◆ 별산제 원칙과 현실의 차이

우리나라 법은 원칙적으로 '부부 별산제'를 채택한다. 부부가 각자의 명의로 재산을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남편 명의 아파트는 남편 것이고, 아내 명의 예금은 아내 것일까?

현실은 다르다. 아파트 한 채가 남편 명의로 되어 있어도, 30년을 함께 살았다면 더 이상 남편의 단독 소유가 아니다. 이혼 시에는 부부 별산제 원칙에도 불구하고 재산분할이 이루어진다.

◆ 20년 이상 혼인, 기계적인 '반반' 분할

황혼이혼 재산분할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혼인 기간이다. 기계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혼인 기간이 20년 이상인 경우 재산은 거의 예외 없이 50대 50으로 분할된다.

기계적인 분할이 이뤄지는 건 혼인 기간이 길수록 개별적인 기여도나 잘잘못을 일일이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편의 경제적 기여와 아내의 가사노동 및 육아 기여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지 수치로 계산할 수 없다. 그래서 법원은 기계적으로 반반 분할하는 것이다.

◆ 예외는 있지만, 90%는 원칙을 따른다

물론 예외도 있다. 한쪽 배우자가 도박이나 사업 실패로 재산을 현저히 감소시켰거나, 경제적 파탄을 야기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참작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경우가 예외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경제 상황을 안 좋게 만들었으니 내가 더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황혼이혼의 거의 90%는 혼인 기간에 따른 원칙, 즉 반반 분할을 따른다.

◆ 품위 있는 마무리를 위하여

황혼이혼을 결심하는 이들은 남은 인생이라도 자신답게 살고 싶다는 절절한 마음을 갖고 변호사를 찾는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재산분할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수십 년간 함께 일궈온 재산이 법적으로 반반 나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경제활동을 주로 담당했던 배우자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법이 내린 결론이다. 혼인은 경제적 동반자 관계이며, 20년 이상의 긴 세월을 함께한 것 자체가 동등한 기여로 인정받는다.

황혼이혼을 고민한다면 이런 법적 현실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다툼을 줄이고,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면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 인생의 마지막 여정이라도 품위 있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