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최근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40대 미혼인 그 친구는 결혼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 이유가 의외였다. "나중에 이혼하게 됐을 때 재산분할 청구를 받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었다.
농담으로 넘겼지만, 전혀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적인 고민이다. 실제로 재산분할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경사를 앞두고 이혼을 대비한다는 점에서 치밀하면서도 어쩌면 씁쓸한 현실이다.
◆ '부부재산약정'이란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민법상 '부부재산약정' 제도가 있다. 이는 혼인 전에 미리 재산의 관리 및 처분에 대해 약정하고 등기소에 등기해 놓는 제도다.
쉽게 말해, 결혼 전에 부부가 각자 가지고 있던 '특유 재산'을 나중에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약정을 미리 해두는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많이 활용되며, 실제로 법원에서도 상당 부분 인정되고 있다.
◆ 주의해야 할 판례의 입장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다. 판례는 명확한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나중에 이혼할 때 발생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그 전에 부부재산약정을 통해 재산분할청구권을 아예 제한하거나 없애는 것은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즉, 결혼 전 각자의 특유 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도는 인정될 수 있지만, 혼인 중에 형성된 재산 전체를 누구 한 명에게 다 귀속시키도록 하는 식의 약정은 인정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점을 명확히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 전문가 상담이 필수
부부재산약정은 복잡하고 민감한 법률 사안이다. 판례의 입장과 개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100% 확실한 보장을 받기는 어렵다.
따라서 실제 약정 체결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여 자신의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을 구할 것을 권한다.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결혼이지만, 때로는 현실적인 대비도 필요한 것이 오늘날의 모습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