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한바퀴'에서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으뜸 마을, 원주로 향한다.

치악산 남쪽 향로봉 자락에 자리한 국형사. 태조 이성계가 치악산을 호국명산으로 칭하며 동악단을 세우고, 신령의 위패를 봉안한 뒤, 인근 고을 수령들이 모여 국태민안을 기원하던 사찰이다. 원주 도심에서 불과 10여 분 거리. 시민들의 안식처로 이어져 온 국형사는 장엄한 법고 소리로 마음을 일깨운다. 그 울림 속에서 원주에서의 여정을 힘차게 시작해 본다.

강원도 원주의 중심, 중앙동 도래미시장의 김치만두 골목, 10월 마지막 주 주말 제3회 만두 축제가 열릴 만큼 원주 시민들의 만두 사랑은 각별하다. 7년 전, 서울에서 40년을 하던 세탁소 업을 접고 내려온 부부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시장 언니들의 조언 덕에 이제는 한 번에 3,500개의 만두를 빚어내는 ‘만두 골목의 막내’로 자리 잡았단다. 이웃 상인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원주에 새로운 뿌리를 내린 부부. 만두 속처럼 꽉 찬 인생 이야기를 만나본다.

작은 금강산이라 불린 소금산.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예찬했을 만큼 수려한 절경을 자랑하는 원주의 명산이다. 2025년 2월, 소금산 케이블카가 운행을 시작하며 단 6분 만에 출렁다리까지 오를 수 있는 하늘길이 열렸다. 그 옆으로는 수국이 만개한 하늘 정원도 또 하나의 힐링 명소로 자리했다. 케이블카로 다시금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소금산 그랜드밸리에서 무더위 날리는 짜릿한 여름 여행을 떠나본다.
◆남편을 향한 그리움이 담긴 동치미막국수
기름진 평야가 드넓게 펼쳐진 흥업면. 이곳의 낡은 농가 주택에서, 매일 메밀면을 뽑는 이미순 사장님이 있다. 어린 삼 남매 먹여 살리려 막국수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어느새 34년 전. 직업이 변변치 않았던 남편 때문에 생계는 온전히 아내의 몫이었지만, 동네에서 잉꼬부부로 불릴 만큼 늘 함께였다. 그러나 얼마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며 갑작스러운 이별이 찾아왔다. 투박하지만 미더운 정이 담긴 막국수 한 그릇엔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살아가는 힘이 담겨 있다.

원주 도심을 벗어나 국도 5호선을 따라가면 만나는 고요한 산촌, 신림면에 닿는다. 인적마저 드문 이곳에 20여 년 전, 용감하게 삶의 터전을 마련한 이들이 있다. 스물아홉의 독신주의 도예가였던 명선 씨. 산속에서 혼자 흙을 빚으며 살겠노라 마음먹고 들어온 그의 앞에 수상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던, 서울 아가씨 금순 씨가 나타났다. 정반대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고, 강원도 원주 신림면의 외딴 마을에서 함께 살아갈 집을 짓고, 민박을 열었다. 직접 가꾼 텃밭의 작물로 밥상을 지어 손님들과 나누고, 정성껏 공간을 가꾸다 보니 긴 세월 찾아오는 단골손님들도 생겼다. 이제는 부부뿐 아니라 찾아오는 이들에게도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는 산골 민박. 소박하지만 단단한 도자기처럼 옹골진 나날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부부의 공간을 찾아가 본다.
◆산골에서 빚는 인생의 깊은 맛, 어간장
감악산 해발 450m 산골. 이곳에 바다보다 더 깊은 맛을 담아내는 어간장 정영애 명인이 있다. 남해 미조항에서 단 5월에만 나는 최상급 멸치만을 고집하며, 자연이 빚은 맛을 전한다는 정영애 씨는 창원에서 꽃집과 학원을 운영하며, 부산 지하철 1호선 개통식 꽃장식까지 맡았던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그런데 남편의 권유로 경남 고성으로 귀촌한 뒤, 태풍 루사로 한순간에 운영하던 꽃 농장을 잃게 됐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끝에, 산골 장독대 앞에서 다시 삶을 빚기 시작했다. 곰삭을수록 맛이 깊어지듯, 명인의 어간장에는 세월이 빚은 인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산골에서 다시 빚어낸 인생의 깊은 맛을 찾아가 본다.
◆구도심에 부는 새바람 – 치악산 바람길숲과 학성동 비밀정원
1940년 일제강점기에 운행을 시작한 원주역은 80년 역사를 품은 원주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21년 중앙선 원주 구간의 운행이 중단되면서 폐역이 되었다. 빠르게 낙후되던 구도심에 새 숨결을 불어 넣은 건 ‘치악산 바람길숲’이다. 폐선된 중앙선 철길을 활용한 총 11.3km의 산책길은 또 다른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버려졌던 옛 원주역 일대에는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처럼, 문화예술과 골목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 시민들은 이곳을 ‘역마르뜨’라 부른다. 예술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정원과 골목을 가꾸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던 구도심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치악산 바람길숲과 학성동 골목에서 되살아난 희망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