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밥상'에서는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어 ‘밥도둑’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쓴 밥상 위 조력자들를 만난다.

경상남도 사천시 서포면. 여름과 가을의 경계인 이맘때 마을 사람들은 손 놀릴 틈도 없이 바쁘단다. 앞바다엔 제철 맞은 은빛 전어가 찾아들고, 들녘에선 일찌감치 벼 수확이 시작되기 때문. 도시에서 나고 자라 낚시 한번 해본 적 없는 초보였지만 귀어 후 마을의 베테랑 어부들을 스승 삼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는 2년 차 초보 어부 원남희(48) 씨도 동이 트기도 전에 바다로 나선다.
‘전어’ 하면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는 김미숙(57) 씨. 때가 되면 돌아오는 전어처럼 미숙 씨도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누비던 사천 앞바다를 누비고 있단다. 갓 잡은 전어로 담가 먹던 전어통젓과 전어의 ‘위’만 발라내 소금에 절인 밤젓은 뱃일로 지친 아버지를 펄펄 기운 나게 해주던 음식이었다는데. 이제는 미숙 씨가 그 맛을 알게 되었단다. 쌉싸름한 고들빼기를 넣은 전어조림과 회무침, 고들빼기김치까지 여름내 지친 입맛을 되살리는 밥도둑들이다. 바다의 땅을 모두 품고 있어 부족함 없이 서로 보듬으며 살아가는 다맥마을 사람들과 함께 해본다.

경상남도 함양, 이곳에서 나고 자란 함양 토박이 김강숙(62) 씨와 서정숙(69) 씨는 ‘톰과 제리’라 부를 만큼 티격태격하지만 늘 함께하는 단짝이란다. 그뿐만 아니라 옛 음식에 관심이 많다. 콩꽃이 필 때쯤이면 콩잎을 따서 된장에 간장을 조금 넣고 잘 섞은 다음 콩잎에 켜켜이 발라 재워놓은 콩잎장아찌는 고향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란다. 늘 가정적이고 자상했던 강숙 씨의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든든한 요리 스승이었다는데. 입덧으로 입맛을 잃었을 때도 직접 담가주신 집장이 큰 힘이 되었고 그때 맛본 집장과 부각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어른들에게 배운 토속 음식을 지켜가고 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집장은 콩과 통밀을 넣어 만든 메줏가루에 무, 가지, 고추와 고춧잎을 소금에 절이고 찹쌀을 넣어 볏짚 속에 묻어두면 완성. 그 자체로도 맛있는 밥반찬이면서 밥과 쓱 비비면 그만이라는데. 아궁이에 불 때던 때에 잔불이 아까워 불 꺼지기 전에 냄비를 올려 자박자박 졸이던 고추다짐과 부각까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단짝 친구처럼 밥상에도 늘 함께 자리한 함양 산촌마을의 밥도둑을 만나 본다.

경상남도 남해군 이동면 전도마을.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부지런히 갯벌을 향하는 이윤업(83), 이수희(78), 김재순(76) 어르신. 소싯적 ‘바래’에 나가면서도 비르도(벨벳) 치마를 입고 멋을 부리던 그때가 엊그제 같기만 한데... 어느새 세월이 흘러 빨간 저고리 입던 처녀들은 희끗희끗 흰머리에 주름진 노인이 되어 노인대학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의 음식을 함께 나누곤 한단다.
갯벌 구멍마다 된장을 풀고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쏙대를 넣고 살살 움직이면 쏙이 모습을 드러낸다. 짭조름하게 조린 쏙장은 옛 어르신들도 입맛 없을 때 이만한 게 없다며 자주 찾던 음식이라는데. 소라를 넣어 끓인 강된장과 생멸치로 만든 조림도 쌈 채소와 만나면 밥맛 살리는 최고의 주인공! 바지락 알맹이와 갖은 채소를 넣고 밀가루 갠 물을 살살 부어 걸쭉하게 끓인 바지락가리장까지. 까끌까끌한 보리밥도 마냥 달고 부드럽게 해주었던 추억의 음식들이다. 허기를 달래고 마음을 채우는 그때 그 추억. 남해 노인대학 동기생들의 추억으로 차린 진수성찬을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