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 한 바퀴' 340회에서는 낙산공원을 시작으로, ‘세계가 사랑하는 서울’의 이야기를 품은 종로구와 중구를 속 전통을 지키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풍물시장 골목 한켠, 변변한 간판 하나 없이 늘 손님들을 줄 세우는 동태탕집이 있다. 35년 동안 한결같은 맛으로 골목의 세월을 함께해온 집이다. 이 식당의 시작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슬링 선수였던 남편이 병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여옥(80) 씨는 생계를 위해 식당 문을 열었다. 이제는 네 남매가 그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두 딸은 주방을 지키고, 두 아들은 손님을 맞이한다. 가족이 함께 일하며 만들어내는 정직한 맛은 어머니의 세월과 함께 이 골목의 진풍경이 되었다. 동태탕 한 그릇에 가족의 사랑과 시간을 만난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 왕실의 예복과 전통 문양에 금빛을 입히던 ‘금박’의 맥을 이어가는 장인이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19호 금박장 김기호(52) 씨다. 김기호 금박장은 산업기계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사라져가던 가업을 잇기 위해 전통 금박의 길로 돌아왔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유일의 금박장 기능보유자로, 왕실 복식과 전통 공예 복원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의 아내 박수영(52) 씨는 금박장 이수자로, 글로벌 브랜드 샤넬과 예올이 공동 선정한 ‘2022 올해의 장인(Artisan of the Year)’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전통 금박의 미를 세계에 알렸다. 2024년 아들 김진호(28) 씨가 장학생으로 합류했다. 무려, 6대째 대를 이어 금빛 예술을 새기는 금박장 가족의 사연을 들어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새로운 길을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DDP는 과거 동대문운동장의 기억과 한양도성의 흔적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도시의 역사와 현대적 창조가 만나는 서울의 상징적 장소다. 오는 11월 개장을 앞둔 루프탑 투어 프로그램은 서울 시민과 관광객이 도심의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붕 위에 오르면 유려한 은빛 패널 사이로 남산과 서울 도심이 한눈에 펼쳐져, 마치 ‘서울의 시간과 미래를 동시에 걷는 길’을 걷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내일이 만나는 그 새로운 길을 '동네 한 바퀴'가 한발 먼저 걸어본다.

서울 종로 충신동 봉제골목 초입에, 27년째 자리를 지켜온 작은 치킨집이 있다. 큰 닭 대신 작은 닭을 써서 부드러운 맛을 내고, ‘한 마리를 주문하면 한 마리 반’을 내어주는 것이 이 집이 27년째 고집해온 한결같은 원칙이다. 사장 배기영 씨(54)는 “요즘 세상에 배달 앱 없이 장사할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신념을 꺾지 않았다. “남는 게 적어도, 손님에게 내는 한 접시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원칙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약속이다. 덕분에, 빠르게 변하는 도시 한가운데서 이곳은 여전히 손님과 주인이 서로의 시간을 오래 나누는, ‘관계의 맛’을 지켜가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서울 북촌마을 초입, 네 평 남짓한 작은 쿠키 가게가 있다. 그곳의 주인은 여든 살의 이정애(80) 씨. 2013년, 예순일곱의 나이에 문을 연 이 가게는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북촌의 명소가 됐다. 쿠키 종류는 단 세 가지뿐이다. 기본 ‘정애쿠키’, 초코칩쿠키, 그리고 대표 메뉴인 ‘고추쿠키’. 이 독특한 쿠키는 사돈이 농사 지어 보내주던 고추에서 시작됐다. 버터 대신 우리밀 통밀가루에 아몬드와 해바라기씨를 넣어 고소함을 더했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도 꿋꿋이 버틴 세월, 척추 수술로도 꺾이지 않은 의지, 병마를 견뎌낸 긍정의 마음이 반죽 속에 켜켜이 스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