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방송되는 KBS1 '동네한바퀴' 341화에서는 다시 태어나 르네상스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는 경주 금리단길에서 황금 같은 인생들을 만난다.

경주의 1400년을 지켜온 동양 최고(最古)의 천문대, 첨성대. 그 곁에서 태어나 자란 한 남자는 고향을 알리고 싶어 숙박업, 가이드, 인력거 운전까지 해왔다. 그러다 ‘첨성대를 입체로 만들겠다’는 생각 하나로 10년 동안 전국 주물공장 300여 곳을 찾아다녔다. 을지로의 한 공장에서 마침내 3D 첨성대 아이스크림이 완성됐고 지금은 SNS를 타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그 곁엔 늘 아내가 있다. 서울에서 톱스타 캐스팅 일을 하다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경주로 온 그녀. 두 사람은 지금, 첨성대 옆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경주에 대한 달콤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새롭고 참신한 점포들이 늘어선 금리단길 한복판, 그곳엔 3대째 70년을 이어온 냉면집이 있다. 30시간 동안 닭과 돼지, 소뼈를 우려낸 진한 육수에 쨍한 동치미를 섞은 ‘경주식 냉면’. 28년째 이 집을 지키는 주인장은 원래 주방 직원이었다. 28살에 이곳에 들어와,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고된 시간도 달게 버텼다. 새벽 3시에 솥을 올리고 선대 주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50kg 고기를 삶은 육수를 모두 쏟아버리고 다시 끓이던 혹독한 세월도 견뎠다. 그 인내 끝에 그는 연륜 깊은 냉면집을 계승해 주인이 되었고 지금 이 냉면집은 금리단길을 살리는 상징이 되었다. 그의 냉면은 오래된 전통이자 한 사람의 삶을 일으킨 금쪽같은 한 그릇이다. 끊어내지 않고 묵묵히 이어온 시간, 금리단길 냉면엔 한 남자의 인생이 진하게 우러나있다.

전통의 도시 경주엔 색동으로 복을 짓는 여인이 있다. 한때 한복 디자이너였지만,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아이를 낳으며 경력이 끊겼다. 8년 전, 그녀는 다시 바늘을 잡았다. 색동 조각으로 무지갯빛 인생을 짓고 싶어서였다. 하루 종일 실과 씨름하며 만든 복주머니엔 그녀의 시간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만기도 그 정성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복’의 의미를 조금은 알게 된다.그녀의 손끝에서 다시 피어난 색동, 그 안엔 어떤 만복이 새겨져 있을까.

금리단길 옆 성동시장에는 30년째 한 자리를 지키는 우엉 김밥집이 있다. 김밥 위에 우엉을 수북이 얹어 내는 이 집은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2평 남짓한 자리에서 거친 생우엉을 팔이 굵어지도록 밀어온 어머니가 운영한다. 그녀에게 우엉 김밥은 생계이자 삶의 기록이다. 금쪽같은 자식들을 키워내고 하루하루 묵묵히 광내온 세월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우엉을 얹으며 그녀는 오늘도 시장의 온기를 이어가고 있다. 꼭꼭 눌러 잘 말아낸 김밥 한 줄, 어머니의 삶을 맛본다.

금리단길의 줄 서는 맛집 앞, 이만기가 순번을 보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연잎 숙성 닭갈비 한판이 눈 앞에 펼쳐진다. 메뉴는 단 하나. 선택권이 없다. 그 이유는 5년 전, 한 번의 잘못된 선택에서 시작됐다. 잘 나가던 닭갈빗집을 확장하려고 수산업 유통에 투자했고, 결국 전 재산을 잃었다는 주인장. 모든 걸 잃은 뒤 식당 일을 돕던 아내와 함께 다시 불 앞에 섰다. 지금 그는 매일 연잎에 초심을 숙성해 닭갈비 한판을 볶아낸다. 그 한판엔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선 한 사람의 진심과 그를 끝까지 믿어준 이의 곡진한 사랑이 함께 익어간다.

스타점포 육성을 위해 청년을 부르는 금리단길, 그곳에 4년 전 문을 연 한 청년 사장이 있다.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대릉원. 그 고요한 풍경이 좋아 대릉원 옆에서 ‘대릉원 스콘’을 굽기 시작했다. 경주 APEC을 기념하며, 경주에 헌정하는 마음으로 만든 스콘이다. 양뿐 아니라 속엔 경주의 바다에서 난 특산물을 말려 갈아 넣었다. 스콘이 구워지는 냄새에 이끌려 찾아온 사람들은 편지와 간식, 작은 선물로 자꾸 그녀에게 마음을 전한다. 정이 오가는 그 시간 속에서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나누며 자라난 청년 사장은 오늘, 경주 금리단길의 내일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