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엑소의 멤버 첸, 백현, 시우민(이하 첸백시)가 에스엠(041510, 이하 SM)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법적 절차에서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다. 이들이 경찰, 검찰, 법원,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 기관에 제기한 6건의 고소와 신청은 모두 기각되거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각 기관은 한결같이 "SM엔터테인먼트의 행위에 위법이나 기망의 정황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첸백시의 일부 법적 대응에 대해 "SM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편법"이라고까지 지적했다.
◆ 타협안 제시했던 SM
분쟁은 2023년 6월 첸백시의 전속계약 해지 통보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템퍼링(계약 기간 만료 전 다른 소속사와 접촉하는 행위) 의혹까지 불거졌다.
통상 이런 경우 원 소속사는 거액의 위약금을 청구하거나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다. 그러나 SM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엑소로서의 전속계약은 유지하되, 첸백시가 설립한 레이블 INB100에서 개인·유닛 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조건은 개별 활동 매출액의 10%를 SM에 지급하는 것이었다. 당시 업계에선 상당히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평이 나왔다.
첸백시는 음원 유통 시 5.5%의 수수료율을 요청했고, SM은 최대주주인 카카오에 긍정적으로 제안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 내용은 'SM이 직접 약속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합의서에서 삭제됐고, 첸백시도 이에 동의하며 날인했다. 2023년 6월 18일, 양측은 '완전한 합의'와 '전속계약 효력 유효'가 명시된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2024년 들어 INB100이 원헌드레드의 자회사로 편입되고, 첸백시가 10% 지급 조항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상황은 다시 악화됐다. 합의한 지 1년도 안 돼 불거진 갈등이었다.
◆ '증거없다' 일관된 결론
다시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첸백시는 2024년 6월 기자회견을 열어 "SM이 5.5% 수수료율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SM 경영진을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SM은 계약이행 청구 소송으로 맞섰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했고, 검찰도 "SM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며 불기소 처분했다. 첸백시의 이의신청과 항고 모두 기각됐다.
첸백시가 신청한 과거 13년간의 정산 자료 제출 명령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미지급 정산금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것은 모색적이고 포괄적"이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과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에서는 더 강한 지적이 나왔다. 서울고법은 "문서제출명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편법으로 신청을 이용하거나 SM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유지하고 있다"라며 "가처분의 취지에 명백히 반한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재항고를 기각했다. 법원이 소송 전략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SM이 정산 관련 자료를 주기적으로 공개한 것을 확인했다"며 위반 없음으로 종결했고,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도 무혐의로 마무리됐다.
◆ 좁아진 첸백시 입지
이번 결과로 첸백시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졌다. 경찰, 검찰, 법원, 공정위, 문체부 등 5개 기관이 각각 독립적으로 판단했음에도 모두 "SM의 위법 정황이 없다"는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현재 진행 중인 본안 소송에서 이러한 판단들이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이 첸백시의 소송 방식을 "SM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지적한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소송의 패소를 넘어, 첸백시 측의 법적 대응 전략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으로 읽힌다.
첸백시 측이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법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5개 기관에서 이미 검토된 쟁점들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첸백시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소속사와 연락했지만 "별도의 입장이 나오면 전달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유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