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배우 전지현에게 영화는 오랜 시간 '책임'의 영역이었다. 관객이 시간과 돈을 들여 극장을 찾는 만큼, 그 선택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암살' 이후 11년, 스크린을 떠나 있던 시간은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팬데믹 이후 제작 편수가 줄면서 시나리오를 검토할 기회도 자연스럽게 줄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군체'는 그 생각과 느낌이 맞아떨어진 작품이었죠."
여배우로서 나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에 전지현의 답은 확고했다. 예전만큼 기회가 많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금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감정도 중요하고, 과거에 얽매일 필요도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한 80대 어르신이 '내가 60만 돼도 뛰어다니겠다'라고 말씀하셨대요. 2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는 말이잖아요.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체력은 노력하면 발전하거든요."

'군체'가 좀비를 통해 AI 시대를 은유한 만큼 대화의 화두는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전지현은 '군체'를 촬영할 때만 해도 AI가 우리 일상에 그렇게까지 침투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누구나 개인 비서처럼 AI를 이용하는 것에 놀라워했다. 그는 AI가 '배우 전지현'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그는 특유의 위트로 받아쳤다.
"'군체'에서 좀비들이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충분히 AI가 전지현을 위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군체'를 홍보하는 이 순간은 그렇게 대답해야겠죠? 하하."
전지현은 데뷔 이후 줄곧 빼어난 외모로 회자된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도 연기만큼이나 전지현의 미모를 언급하는 관객도 많았다. 그는 그런 대중의 평가에도 매우 담담했다.
"그런 평은 많을수록 좋죠. 못생겼다는 말보단 훨씬 좋아요. 생각하시는 것만큼 제가 외적인 부분에 의도하지는 않았다는 거,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예요."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에도 전지현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데뷔 이래 줄곧 전지현이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비결을 묻는다면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화려한 재능이나 특별한 전략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다 잘하려 애쓰다 보면 적어도 대충 산 사람보다는 나은 '열심히 산 사람'이 된다는 것. 전지현은 그 마음가짐이 곧 연기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요. 꾸준함 속에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삶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