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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입력 2016-05-11 15:57   

▲가수 이소라(사진=세이렌)

누군가의 인생에 흔적을 남긴다는 것, 경이로운 일이다. 여기, 20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그러한 ‘기적’을 행하는 인물이 있다. 가수 이소라다.

이소라는 지난 9일 네이버 V앱을 통해 진행된 ‘그녀 풍의 봄’ 생중계 방송을 진행했다. “별이 보이는 곳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서울 부암동에 위치한 서울미술관 석파정에 야외무대가 꾸려졌다. ‘봄’으로 공연의 포문을 연 이소라는 ‘별’, ‘트랙3’, ‘잊혀지는 것’, ‘트랙9’, ‘트랙11’ 등의 무대를 선사하며 약 90분가량 공연을 이어갔다.

이소라는 별을 닮은 뮤지션이다. 한 순간 불타오르는 대신, 긴 시간 은은하게 빛을 발한다. 때론 시공을 초월해 사람들에게 가 닿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어떤 흔적을 남긴다는 점이 그렇다. 대한민국 2~30대 남녀 중 이소라의 노래에 위로 받지 않았던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언젠가 별도 폭발하겠죠. 사람과 똑같이, 별도 태어나고 죽는 거니까요. 자기 몸을 터뜨리면서, 자기 몸을 날리고 가잖아요. 그 영향이 온 우주 어딘가에 남겠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세상을 떠난 후에, 제 노래나 이야기, 그리고 제가 말로 다 전하지 못했던 따뜻한 기운, 사랑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남아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요.”

이소라의 인생에도 수많은 별들이 흔적을 남겼다. 故 김광석, 故장국영 등이 그 주인공. 이소라는 “아직까지 내 마음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라고 추억을 떠올리며, “어렴풋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 이소라(V앱 방송화면)

그리고 팬들이 있었다. 이날 이소라는 10여 년 전, 한 소녀 팬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책 한 권을 갖고 나왔다. ‘음악도시’ 방송 4주년을 기념해 하경은 양이 선물한 책이다. 별을 좋아하는 이소라를 위해 별 사진이 가득한 것으로 골랐단다. “이 책을 보다 보면 언니가 좋아하는 사진이 있을 거예요. 제가 보여주고 싶은 사진과 언니가 좋아하는 사진이 같길 바라며”라고 편지도 남겼다.

“별에 관한 책이에요. 선물 받은 지 10년도 넘었네요. 그 때 타투라는 별명의 여학생이 있었어요. 이름은 하경은. 그 친구가 준 거예요. (중략) 경은이가 요즘엔 공연을 보러 오진 않는 거 같아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보시는 방송이라고 하기에, 혹시 경은이가 이 방송을 보고 있다면, 이 책과 경은이를 아직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갖고 나왔어요.”

경은 양이 그러했듯, 수많은 팬들이 이소라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고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소라는 이날 팬들이 준 선물을 꺼내 들며 “내가 기억력이 좋지 않은데, 이런 사진이나 선물은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그러면서 제가 노래할 때 이미지나 영감을 계속적으로 준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공연 때 받은 편지, 라디오 DJ할 때 받았던 엽서도 모아 뒀는데, 가끔 혼자 꺼내 봐요. 언니에 대한 응원, 누나에 대한 사랑… 그 때의 마음이 그들에게 지금까지도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늘 현재 형이랍니다.”

기대했던 새 음반 얘기나 소극장 공연 얘기는, 이날 그다지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이소라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그 또한 위로를 남길 수 있길 소망했다. 서로에게 흔적을 새기는 것.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음악으로 나눌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소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