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당신 차례"라고 말했던 이정재, 다시 그의 차례가 돌아왔다.
배우 이정재는 2021년 가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1을 통해 전 세계에 얼굴을 알렸다. 첫 시즌의 전례 없는 성공 이후에도 그는 배우, 감독, 제작자, 경영인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눈코 뜰 새 없는 'N번째 전성기'를 보내던 그는 3년 만에 다시 '오징어게임' 속 캐릭터 '성기훈'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는 또 한 번 역사를 썼다.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 시즌2는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9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 1일 넷플릭스가 발표한 비영어권 시리즈 부문 주간(2024년 12월 23~29일) 순위에서도 전 세계 1위를 석권하며, 공개 4일 만에 시청 수 6800만을 누적하는 기록을 세웠다.
글로벌의 뜨거운 관심에도 그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는 배우의 욕심을 드러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시즌1의 성기훈은 잔혹한 게임에서도 끝까지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소시민이지만, 시즌2에선 복수를 다짐하며 한층 무거운 인물이 됐다. 이정재는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어하면서도, 게임 주최 측에 복수하기 위해선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하는 성기훈의 복잡한 속내를 묵직하게 표현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오징어게임' 시즌2의 주인공 이정재를 만났다. 이정재는 '오징어게임' 뿐만 아니라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그 안에서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기를 바랐다. 그러면서 "다음은 당신 차례"라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또 자신을 이을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기 위해 자신 역시 배우이자 창작자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Q. 모두가 잘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역시나 공개하자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93개국에서 '오징어게임2'이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렇게 빠르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는다는 점이 너무나 감사하죠.
시즌2 엔딩에 호불호가 있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미국 드라마에서도 이야기가 꼭 완결되는 것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는 드라마들도 있잖아요. '오징어게임' 역시 시즌3에 남은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다행인 것은 지금 시즌3 후반 작업 중에 있는데, 시즌2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Q. 시즌1과 시즌2의 성기훈은 다른 인물로 보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시즌1에서 기훈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밝고 유쾌한 면도 있었죠. 하지만 기훈은 시즌1 말미에서부터 달라졌어요. 상금으로 받은 456억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노숙 생활을 할 때부터 기훈은 예전과 다른 기훈이 됐어요.
그리고 시즌2에서는 이 게임을 끝내야겠다는 목적이 뚜렷한 캐릭터입니다. 게임을 만든 이들을 향한 복수를 목표로 하다 보니 무게감 있는 기훈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배우 개인으로서는 시즌1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있어 아쉽죠. 하지만 기훈은 이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기훈이 됐고, 또 그런 밝은 인간적인 모습은 정배(이서환)라든가 다른 캐릭터들이 대신해주니까, 작품을 생각한다면 개인적인 아쉬움은 뒤로 할 수밖에 없죠.
Q. '오징어게임'은 시즌2까지 염두에 두고 황동혁 감독이 쓴 작품이 아니었다. 시즌1 대본을 받았을 때와 시즌2 대본을 기다릴 때의 느낌은 사뭇 달랐을 것 같은데?
회사에선 처음에 꼭 해야겠느냐고 했어요. 너무 못나 보이는 캐릭터잖아요. 하하. 그런데 전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장르에 인간적인 애환이 잘 녹아있는 점이 좋았어요. 특히 기훈 같은 소시민이 선한 마음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는 점,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선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는 주제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래서 시즌1 때도 크게 고민하진 않았습니다.
시즌2는 워낙 시즌1이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보니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황동혁 감독님께서 고민이 많았을 거예요. 시즌1 촬영할 때도 다음 시즌이 있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절대 없다고 하셨던 분이었거든요.
시즌2는 저를 비롯해 만드는 사람 모두가 꼭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오징어게임'이라는 이 거대한 이야기를 잘 마무리해보자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시즌2 공개 후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에 더 큰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는 거죠.
Q. 시즌2 대본을 받고 감탄했던 부분은?
익숙한 요소를 새롭게 변주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첫 번째 게임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다시 선택한 것이 탁월했다고 봅니다. 단순히 시즌1에서 했던 걸 또 보여주는 게 아니라 시즌1과 시즌2의 공백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시청자들이 빠르게 '오징어게임'의 세계에 다시 몰입할 수 있게 한 디테일에 감탄했습니다.
Q. 시즌2 촬영 중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제가 5인 6각 근대 5종 경기에서 제기차기를 맡았잖아요. 제가 다섯 개를 한 번에 차기 위해 두 달 가까이 연습했습니다. 감독님이 한 번에 다섯 번 차는 걸 찍을 수 있다며 연습을 좀 많이 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셨거든요. 이 나이에 반복적인 행동을 계속하다 보니 나중엔 골반이 다 아프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나름 각자 세트장에서 자기가 맡은 종목들을 연습하는데, 그 풍경이 재미있는 장면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