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연기하면 할수록,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배우로서 빛나는 순간을 만들려면, 내면도 빛나야 하니까요."
배우로서 최희진이 가진 철학은 명확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던 최희진은 연기에 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내면과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행복하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어떤 캐릭터를 맡았을 때도 그 캐릭터가 더 빛이 난다고 생각하거든요. 내면이 깊고, 따뜻한 사람이 돼서 시청자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모텔 캘리포니아'에서는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윤난우를 연기했지만, 최희진은 그동안 강렬하고 탁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다. 특히 2023년 방송됐던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는 강남순(이유미)을 사칭한 연변 출신 사기꾼 리화자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그에게 이번 윤난우 역은 색다른 도전이었다.
"윤난우가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와 크게 차이가 있다 보니 '윤난우가 리화자였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반응이 짜릿했고, 굉장한 칭찬으로 느껴졌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최희진은 배우로서의 성장을 위해 늘 자신을 돌아본다고 했다. 그는 매 작품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한계를 넓혀가고 있다. '모텔 캘리포니아'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전했다.

"대본에 모두 표현되지 않았던 캐릭터의 서사를 고민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배우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느꼈죠."
'모텔 캘리포니아'는 경쟁작이었던 SBS '나의 완벽한 비서'가 10%대 초반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최고 시청률은 6%에 그쳤다. 하지만 최희진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배우였다. 시청률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는 최희진의 태도에서 초조함보다는 차분함이, 불안보다는 확신이 느껴졌다.
"평생 계속 연기를 할 거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시청률에는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성장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모니터링을 하면서 제 연기에서 아쉬웠던 부분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 부분은 이렇게 해야 했는데', '이세영 언니한테 좀 더 누르고 표현해야 했는데' 하는 것들이 보였어요."

최희진은 2018년 웹드라마 '이런 꽃 같은 엔딩'을 시작으로 JTBC '설강화', '힘쎈여자 강남순', '힙하게', 디즈니플러스 '로얄로더', '모텔 캘리포니아'까지 매년 작품활동을 하며 자신만의 연기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설강화' 출연 당시 블랙핑크 지수와 맺은 인연으로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토피아'에 특별출연했다. 이처럼 꾸준히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그에게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배우로서 미래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심리 스릴러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감정을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로울 것 같아요. 또 짧은 호흡의 캐릭터도 좋지만, 집요하게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는 배우가 되는 거예요. 천천히 가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