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후 7시. 서울 홍대 젊음의 거리 한복판 윤형빈소극장에는 표를 든 관객들이 문 앞에 길게 줄을 섰다.
관객들이 기다린 이날의 공연은 '개그콘서트 프리뷰'. KBS2에서 방영 중인 '개그콘서트'의 콘텐츠를 미리 만날 수 있는 공연이지만 오늘 이 무대는 단순한 프리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15년간 대한민국 코미디의 상징이었던 윤형빈소극장의 마지막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 프리뷰'는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채워졌다. 윤형빈을 비롯해 무대에 오른 개그맨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관객을 웃겼다. 객석에는 공연을 처음 보러온 관객도 있었고, 250번 넘게 윤형빈소극장 공연을 본 관객도 있었다. 코미디를 좋아해 매주 윤형빈소극장을 찾았던 할머니 관객도 있었다. 보조 좌석까지 모두 채운 관객들은 환호와 폭소로 개그맨들의 공연에 화답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객석 한쪽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있었다. 웃음은 끊이지 않았지만 '마지막'이라는 말이 주는 정서는 무대를 가득 채운 개그맨들과 관객들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다시 올라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 중심에 선 윤형빈은 떨리는 목소리로 15년 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혔다.
"윤형빈소극장이었지만 윤형빈의 소극장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진짜 우리 모두의 공연장이라는 생각으로 늘 함께 해왔어요. 이렇게 15년 할 수 있었던 건 여기를 찾아주셨던 관객들 덕분이었습니다. 관객들 덕분에 지난 15년이 참 재미있었고, 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 터전을 잘 지켜준 개그맨들과 관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겠습니다. 그동안 윤형빈소극장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형빈소극장은 단순한 소극장이 아니었다. 서울 유일의 공개 코미디 전용 극장이자, 수많은 신인 개그맨들의 등용문이었다. '개그콘서트'에서 활약 중인 신윤승, 조수연, 박민성을 비롯해 개그맨 정찬민, 신규진, 김해준, 최지용, 박세미, 김두현, 최지명, 이유미, 강주원, 개그 아이돌 코쿤 등 방송과 유튜브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개그맨들 대부분이 이 무대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그 무대가 문을 닫는다. 윤형빈소극장 구성원들은 눈물보다 웃음으로 관객들을 보냈다. 관객들 역시 끝까지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그것이 윤형빈소극장이 택한 작별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