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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 퇴사할 때 자료 파일 삭제, 그러다 큰일 난다
입력 2025-04-01 12:30   

▲박인준 칼럼(이투데이DB)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직장 생활하다 보면 여러 이유로 퇴사를 결정할 때가 있다. 자발적으로 나가든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든, 직장을 떠나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럴 때 감정에 휩쓸려 잘못된 판단을 하면 예상치 못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특히 요즘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퇴사하면서 회사 자료를 무단으로 삭제하는 행위'다.

◆ "내가 만든 건데 내가 지워도 되는 거 아냐?"

법률 상담하다 보면 자주 듣는 얘기다. 많은 퇴직자가 자기가 직접 작성한 문서나 파일은 자기 소유라고 착각한다. 이건 법적으로 아주 위험한 오해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만든 문서, 기획안, 엑셀 파일, 파워포인트 자료, 홍보 콘텐츠 등은 그냥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근로계약에 따라 월급 받고 만든 업무상 저작물은 법적으로 회사 소유란 말이다. 저작권법상 '업무상 저작물'로 인정돼서 회사에 귀속되는 거다.

◆ 파일 날렸다가 내가 날아간다

퇴사할 때 앙심을 품고 회사 파일을 삭제하거나, 비밀번호를 걸어 접근을 막거나, 클라우드에 있는 자료를 없애버리면 형법상 어떤 죄에 해당할까? 바로 '손괴죄'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이나 문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의 효용을 해치는 행위를 손괴죄로 규정하고 있다. 삭제나 기타 방법으로 회사 자료의 효용을 없애는 건 손괴 행위로 볼 수 있다. 게다가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도 적용될 수 있다. 회사의 정당한 업무 수행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자료 삭제로 회사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져야 한다는 점이다. 처벌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이중으로 책임을 질 수 있다. 순간적인 감정 때문에 전과자가 되고 거액의 빚까지 질 수 있다.

◆ 품격 있게 떠날 필요가 있다

회사에 불만이 있었을 수 있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수도 있고. 하지만 퇴사는 직장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마지막 과정이다. 이때 감정적으로 보복하려 든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전과 기록과 배상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게 되는 거다.

법적 절차를 준수하고 감정을 잘 다스려 깔끔하게 퇴사하는 게 최선이다. 앞으로의 커리어를 위해서도 말이다. 떠날 때의 뒷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는 말이 있다. 품격 있게 떠나는 사람에게 미래의 기회도 더 많이 찾아온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