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형사재판에 연루된 피고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단연 "어떻게 하면 처벌을 경감받을 수 있는가"이다. 법정에서 10건 중 9건은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다. 상해, 사기, 배임 등 범죄 유형과 관계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형량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형사재판의 본질적 목적은 피해 회복이 아닌 '처벌'에 있다. 피해 회복은 원칙적으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원화된 시스템은 피해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지운다. 이에 법원은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양형 조건'을 고려한다.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 감형을 위한 3단계 전략: 합의·조정·공탁
감형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피해자와의 합의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피해자가 원하는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공식적인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더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는다. 합의 자체가 범죄 성립을 무효화하지는 않지만, 판사는 이를 최대한 반영하여 선처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형사조정위원회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검찰 단계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검찰은 사건을 형사조정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 이는 형사 절차 내에 마련된 일종의 민사적 해결 경로로, 피해자와 피의자 간 원만한 합의를 중재한다. 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 또한 감형 요소로 작용한다.
셋째, 형사공탁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합의도 조정도 실패했다면, 법원에 일정 금액을 공탁함으로써 피해 회복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피해자는 이 공탁금을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 합의만큼 강력한 효력은 없지만, 피고인의 피해 회복 노력을 인정받는 중요한 수단이다.
◆ 법원은 진정한 반성에 주목한다
형사사건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라면, 그다음은 진정한 반성과 함께 피해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합의, 조정, 공탁이라는 세 단계의 전략을 차례로 활용한다면, 법원으로부터 더 관대한 처벌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은 엄정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이다. 진정한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은 언제나 가치 있게 평가받는다. 피고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 의지는 단순한 전략을 넘어, 사법 정의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