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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 집' 세자매 마을ㆍ예술가 가족의 집
입력 2025-09-16 07:14    수정 2025-09-16 22:40

▲'건축탐구 집' (사진제공=EBS1 )
'건축탐구 집'이 조령산 보이는 괴산에서 자신들만의 놀이터를 만든 세 자매 마을을 찾아간다.

16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살고 있는 조금 남다른 가족의 집을 탐구해 본다.

◆예술가 가족의 리틀 포레스트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일으키는 울창한 나무 사이로 보이는 작은 집. 24년 전 허허벌판이던 곳에 집을 지으며 심은 묘목이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숲을 이룬 것이라는데, 과연 무슨 사연일까?

24년 전, 원주 시내에서 살던 가족은 IMF로 인해 가세가 기울어 부모님의 고향 땅에 돌아와 터를 잡았다. 자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사정을 알고 있던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무려 3,000만 원대로 네 식구가 살 집을 지을 수 있었다. 목공예를 업으로 삼았던 아버지의 주변에는 가구 하는 후배, 도자기 하는 친구 등 예술가 지인들이 많았고, 그들이 인건비를 받지 않고 직접 집을 지어주려 나섰던 것이다.

집에 비만 새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부부는 형편을 생각하며 패널집을 지으려 했지만, 지인의 추천으로 당시에는 생소한 자재였던 ALC 블록으로 집을 짓게 되었다. 튼튼하고 단열성이 좋으면서도, 비교적 저렴하게 지을 수 있었기에 부부는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몸소 느끼며 살아왔다고. 거기다 당시 가정에서 흔하게 볼 수 없었던 수직창과 방마다 작게 나 있는 수평창까지. 마치 요즘에 지어졌다고 해도 믿을 만큼 시대를 앞서간 형식의 집이었다. 집 곳곳을 장식하는 남편의 목공예품으로 인해 집은 더욱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방금 지은 듯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예술가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은 탓인지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둘째 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예술가의 삶이 고달프다는 것을 알았기에 졸업 후에는 디자이너가 되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만의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가기 시작했다. 결국 딸이 직장을 그만두고 작품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부모님이 기꺼이 땅을 내어주셨다. 그렇게 부모님이 사는 고향집 바로 옆에 딸의 집을 짓고 이웃이 되어 살게 되었다.

부모님 집을 지을 때보다는 예산을 세 배나 넘게 책정했지만, 오랜 세월 자재값이 상승하면서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 때문에 온 가족이 힘을 합쳐 직영으로 짓기 시작했다는데. 부모님 집과 같은 ALC 블럭으로 지은 것은 물론, 수평 창, 자연과 어우러지는 소박한 외관까지. 닮은 점이 많지만 기존에 느꼈던 단점까지 보완했다. 예산이 부족해도 타협할 수 없는 것이 디자인. 지붕은 흔히 사용되지 않는 일본 기와를 직접 택하고, 유럽 미장으로 내부를 마감해 한층 더 이국적인 분위기가 완성되었다. 그렇게 예술가 가족의 감각이 돋보이는 딸의 집이 완성되었다.

고향에 돌아오며 마음껏 자신이 원하는 그림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딸은 이곳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아버지의 목공예품 위에 자신이 그림을 그린 합작품들을 만들어 전시회를 하기도 하고,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장터를 열기도 한단다.

▲'건축탐구 집' (사진제공=EBS1 )
◆은퇴 후 모여 사는 세 자매 마을

조령산의 풍광이 돋보이는 괴산의 한 동네. 이곳에는 세 자매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 있다. 한 명이 귀촌을 결심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자매가 다 함께 이곳에 모여 살게 되었을까?

원래 네 자매인 이들. 첫째 언니는 해외에 나가 살게 되었고, 이후 한국에 세 자매만 남았다. 오래전부터 “우리 은퇴하면 다 같이 살자”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약속했던 자매들은 둘째 형부가 조기 퇴직 후 땅을 사면서 이를 실행에 옮겼다. 조령산 옆에 위치한 3305.8m2 의 땅에 7년 전 둘째와 셋째가 먼저 터를 잡아 장도 담그고 정원도 가꾸며 오순도순 살기 시작했는데, 7년간 언니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 봐온 막내 또한 빨리 이 생활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막내동생이 과감하게 조기 은퇴를 선언, 얼마 전 이 땅에 집을 지으면서 비로소 세 자매가 사는 작은 마을이 완성되었다.

마치 한 채의 집처럼 온실로 이어져 있는 둘째와 셋째의 집, 내부에 들어서면 목재 마감으로 따뜻한 느낌이 드는 동시에 높은 층고로 탁 트인 느낌이 든다. 7년 동안 하자 한번 없이 시원하고 따뜻한 집이지만, 살아보니 아쉬운 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데…. 둘째 언니의 집은 층고가 너무 높기에 다락을 올라가는 계단이 가팔라져 잘 올라가지 않게 되었고, 남편 전용으로 만든 보조 화장실과 뒷문은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또 셋째의 집은 자신이 원하는 공간의 크기를 잘못 가늠해 생각보다 작게 지어졌다고 한다.

먼저 살던 언니들의 집을 참고해 지어진 막내의 집은 아쉬운 부분 없이 지으려 노력했다. 원체 성격이 꼼꼼한 막내 부부는 본인들이 원하는 요소를 모두 반영하고, 또 최대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지었다. 널찍한 거실 공간은 오디오 룸이 되고, 바로 앞 통창으로 조령산이 내다보여 마치 액자처럼 풍경을 비춘다. 세 자매가 같이 요리할 수 있도록 널찍한 주방은 물론, 욕실과 세탁실을 한 번에 오갈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 편리한 동선을 만들었다. 게다가 내부 마감을 과감하게 노출콘크리트로 선택해 멋까지 더했다는데. 풍경까지 완벽한 막내의 집을 보면 언니들은 ‘최대의 수혜자’라며 부러워한다.

아무리 사이 좋은 자매라도 매일 얼굴만 보고 살 수는 없는 법. 세 자매와 남편들은 이곳에서 가족 카페를 운영하며 농작물 재배, 요리, 커피 제조 등 서로 역할을 분담해 생활하고 있다. 둘째는 땅 주인, 셋째는 건물주, 막내는 사장이라는데? 은퇴 후 새로운 인생 2막을 힘을 합쳐 살아가고 있는 자매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