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기 때문에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기업을 잘 다니던 20대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할 거라고 한다면, 그것도 연예기획사를 차릴 거라고 한다면, 아마도 열에 아홉은 걱정부터 할 것이다.
하지만 어리니까 가능한 일이 있다. 무모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불확실한 파도를 향해 뛰어들 수 있는 건 청춘의 특권이고, 낭만의 다른 이름이다.
10년 넘게 낭만을 좇는 리더가 있다. 바로 김혜임 비트인터렉티브 대표다. 그는 2016년 CJ ENM 음악사업부를 퇴사하고, 투자금도 없이 비트인터렉티브를 세웠다. 흔들릴 때도 많았지만 멈추지 않았고, 우직하게 전진했다.
최근 비즈엔터와 만난 김혜임 대표는 여전히 청춘이었다. 그는 10년간 이어온 도전과 리더십, 그리고 회사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김 대표는 자신이 엔터업계에 발을 들일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수학과 물리처럼 이과적 사고에 익숙했다. 그런데 CJ ENM 음악사업부 제작팀에서 경험한 '업(業)'의 성취감이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인생은 내가 생각한 길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연처럼 업이 생길 수 있고, 그게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해요."
그의 삶의 방향을 바꾼 또 하나의 사건은 자신을 믿고 연습해온 연습생들의 데뷔 무산이었다. 회사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력 있는 친구들이 흩어질 위기에 처하자 김 대표는 퇴사하고, 회사를 세웠다.
퇴직금과 집 보증금을 털어 숙소와 연습실을 마련했고, 멤버들의 스케줄을 챙기기 위해 직접 카니발을 몰았다. 대표라는 타이틀보다 매니저, 보호자에 가까웠다. 그렇게 데뷔한 그룹이 바로 A.C.E(에이스)였다.

현실은 낭만으로 버티기엔 차갑고 고됐다. 그럴수록 김혜임 대표는 '사람들의 안정'을 회사의 제1원칙으로 세웠다.
"회사 시작 때부터 아티스트와 직원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게 철칙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안정감을 느껴야 결국 낭만도 생기고, 버틸 힘도 생기더라고요."
지난 10년은 흔들림과 복원의 연속이었다. 크고 작은 위기 속에서도 회사를 지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에 대한 신뢰였다. 아티스트와 동료,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을 믿는 힘, 그것이 회사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남자 아이돌을 제작한다고 하면 프로페셔널하게 보지 않았어요. 매니저 여자친구로 오해받은 적도 있었죠.”
여성 CEO로서의 길은 더욱 쉽지 않았다. 그는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한계를 스스로 만들지 않았다. 일에 몰두하다 보니 부정적인 시선들은 자연스럽게 극복됐다.
김 대표는 여성 리더십의 차별화된 강점으로 유연함과 젠더 감수성을 꼽았다. 그는 직원들과의 회의 시간엔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고, 아티스트에게는 예의와 태도, 생활 습관까지 세심하게 피드백한다.
"여성 소비자의 시선으로 무대를 보는 것도 강점이에요. 디테일을 챙기면 결국 무대에서 차이가 나거든요."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