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래드 서울 '숯. 더 붓처스 엣지'(사진=문연배 기자)
"숯은 단순한 열원이 아니라 맛을 만드는 재료입니다."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37층 오픈 키친 앞에 서자, 은은한 숯 향과 고소한 스테이크 냄새가 코끝을 감쌌다. 눈앞에서 재료가 익어가는 소리와 냄새, 그리고 셰프의 손끝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까지, ‘SUT. The Butcher’s Edge(숯. 더 붓처스 엣지·이하 SUT)’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오감 체험이었다.
▲콘래드 서울 '숯. 더 붓처스 엣지'(사진=문연배 기자)
레스토랑 이름 ‘SUT’은 숯(차콜)에서 출발한다. 황지훈 SUT 헤드 셰프는 "숯은 단순한 열원이 아니라 맛을 만드는 재료"라며 "나무가 타는 과정에서 연기와 불꽃이 사라지고 맑은 향만 남아 있는 단계가 ‘잉걸불’이다. 우리는 그 가장 깨끗한 향을 구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숯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SUT의 조리는 모두 지리산 참나무 백탄(White Charcoal)에서 시작된다. 1000도 이상 고온으로 구워낸 백탄은 불꽃과 연기가 거의 없고, 복사열로 조리돼 잡내 없이 깊고 깨끗한 숯 향을 낸다.
▲콘래드 서울 '숯. 더 붓처스 엣지'(사진=문연배 기자)
가스 화력을 버리고, 높낮이를 직접 조절하는 아사도 그릴을 사용해 불의 세기에 따라 고기와 재료의 결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황 셰프는 지난해 겨울부터 도쿄·싱가포르의 오픈 파이어 레스토랑을 직접 찾아가며 불의 방향성·온도·열전달 방식을 연구했다.
SUT의 중심은 스테이크다. 미국산 프라임 비프(USDA Prime), 호주산 킹 리버 비프(Australian King River Beef), 그리고 국내 최고 등급의 미경산 한우가 숯에 맞는 최적의 상태를 찾기 위해 드라이에이징(Dry Aging), 소기름 숙성(Beef Tallow Aging), 저온 숙성(Cold Aging) 세 가지 방식으로 숙성된다.
▲콘래드 서울 '숯. 더 붓처스 엣지'(사진=문연배 기자)
이날 시연된 숙성 티본스테이크는 한 점 맛보면, 불향 너머로 희미하게 올라오는 숯의 아로마가 ‘정통 스테이크’와는 다른 결의 맛을 만든다.
▲콘래드 서울 '숯. 더 붓처스 엣지'(사진=문연배 기자)
오픈을 맞아 개발된 위스키 기반 칵테일에는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 가니시가 올라가고, 애피타이저 타르트렛에는 잉걸불에 구운 토마토와 훈연 사워크림·레몬크림이 얹힌다. 식전빵에 곁들이는 버터에도 식용 숯가루가 더해져 은근한 풍미를 남긴다.
▲콘래드 서울 '숯. 더 붓처스 엣지'(사진=문연배 기자)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조리 방식도 인상적이다. 티본스테이크를 서빙한 뒤 뼈에 붙은 부위를 별도로 발라내 제공하는데, ‘뼈에 붙은 살’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 정서를 반영한 구성이다.
레스토랑 내부의 프라이빗 오마카세 공간 ‘The Butcher’s Edge’에서는 황 셰프가 직접 진행하는 소고기 오마카세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콘셉트는 ‘Ageing meets Ageing’, 숙성 스테이크와 숙성 와인의 조합으로 ‘시간이 만드는 맛’을 극대화했다.
▲콘래드 서울 '숯. 더 붓처스 엣지'(사진=문연배 기자)
이 공간에서는 1993년 빈티지 이탈리아 와인, 세계 최초로 바다에서 2년간 숙성된 샴페인 등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올드 빈티지 와인 리스트도 만나볼 수 있다.
황지훈 셰프는 “숯의 본질을 보여주는 레스토랑이 되고 싶다”라며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제 호텔 경력 16년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불과 시간, 그리고 숙성이 만들어내는 정통 차콜 그릴 스테이크의 진수를 보여드릴 예정이다”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