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동료애를 넘어선 전우애였구나. 끝나고 나서야 알았어요."
배우 한동희에게 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1년을 함께 부대낀 전우들을 남긴 작품이었다. 군복을 입고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는 사이 동료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끈끈함이 쌓였다고 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총 대신 식칼, 탄띠 대신 앞치마를 두른 이등병 강성재(박지훈 분)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한동희는 강성재가 복무하는 부대 강림소초의 소초장 조예린 중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조예린은 병사들을 따뜻하게 품으면서도 군 조직의 위계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는 인물이다. 강림소초로 좌천돼 전역을 앞둔 처지에도 병사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주인공 강성재가 성장해 나가는 길목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를 만난 한동희는 처음 캐스팅됐을 때만 해도 조예린은 지금의 모습과 매우 달랐다고 전했다.
"말이 솔직하다 못해 직설적이고 어떻게 보면 드세기만 한 여군이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의 조예린이 만들어졌어요."
원작에 없는 드라마만의 캐릭터인 만큼 인물을 빚어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한동희는 "웹툰을 즐겨 보는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작품이 드라마화될 때 갖게 되는 독자들의 기대감을 알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다"라고 전했다.

조예린의 따뜻함은 한동희의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 군인들의 삶에서 길어 올린 것이다. 한동희는 캐릭터를 준비하며 군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고 한다. 그중 한 장면이 조예린의 캐릭터를 쌓아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한 간부가 병사를 혼낸 직후였어요. 촬영하던 PD님이 '그렇게까지 화내시는 거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는데 울먹이면서 '마음이 안 좋죠'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친구들이 국방의 의무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마치도록 하는 게 자신의 임무니까 어쩔 수 없다는 거였어요. 병사들을 대할 때 저렇게까지 진심인 분도 있구나 싶었죠."
'취사병 전설이 되다' 속 강림소초에서 한동희는 홍일점이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이 따로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한결 더 편했다고 말했다.
"박지훈 배우만 빼면 다 오빠들이고 선배들이거든요. 그런데 그분들이 군복 입기 전부터 저한테 '소초장님' 하면서 다가왔어요. 그러니까 진짜 제가 소초장이 된 것처럼 '그래, 그래' 받아주고 있더라고요. 하하. 현장에서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다들 편하게 대해줘서 초반부터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조예린은 이등병인 강성재보다 더 고된 군 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좌천됐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대대장 백춘익(정웅인 분), 지원과장 이민구(한민 분)가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장 황석호(이상이 분) 또한 그의 진심을 나중에야 알아준다. 한동희는 연기하면서도 '예린이가 너무 불쌍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예린이 힘든 군 생활을 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비결로 선한 마음을 꼽았다.
"사실 악행은 저지르기 쉽거든요. 스스로 통제하지 않으면 손쉽게 할 수 있잖아요. 반면 조예린은 선한 마음을 지녔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려 노력하는 친구예요."
그는 조예린의 가치관이 담긴 대사로 임승빈(이세호) 소령이 건넨 말을 꼽았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믿다 보면 다른 사람도 믿게 되고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말이었다.
"누군가를 믿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예린이 강성재를 믿어보려고 하면서 용기를 얻었고 밉상이던 황석호와도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됐잖아요. 조예린이 선했기 때문에 그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②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