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실험'이라는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인간의 바닥을 들여다보는 것 같잖아요. 저는 '시뮬레이션 쇼'라고 부르고 싶어요. 현실 일부를 가져와 재구성한 게임 같은 거죠.”
최근 서울 여의도 웨이브 본사에서 만난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이하 '더 커뮤니티2')을 연출한 권성민 PD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이렇게 정의했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더 커뮤니티2'는 서로 다른 자원을 쥔 5개 팀, 17명의 참가자가 8박 9일간 거래와 협상, 전쟁으로 생존을 겨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더 커뮤니티' 첫 번째 시즌에서는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다름을 이해하고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을 조명했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며 권성민 PD가 가장 공들였던 것은 '설계'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군수업자' 블랙 팀이었다.
"시즌1에서는 제작진이 규칙으로 출연자들을 압박했어요. 그러자 참가자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제작진 대 출연자의 구도를 만들어가더라고요.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이 갈등의 한 축이 되니까 편집이 어색하더라고요. 그래서 블랙 팀에게 제작진의 역할을 맡긴 거였어요."
권 PD는 '블랙' 팀 벡터(정재호)가 참가자들 사이에 숨어 전쟁을 유도하고, 무기 가격을 정하고, 탈락하지도 않고 상황실처럼 각 숙소의 일부를 볼 수 있는 권한을 얻은 것 모두 제작진이 가진 힘을 카메라 앞으로 옮겨온 것이라 설명했다.
벡터가 스스로 정체를 밝힌 것은 예상했던 일이었다. 권 PD는 정체가 드러난 뒤에도 싸움을 이어갈 수 있는 보드게임 '뱅!'을 예로 들며 "갈등으로 이득을 보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아도 이해관계가 맞으면 전쟁은 할 수 있다. 양상이 달라질 뿐 게임이 망가지는 건 아니라고 봤다"라고 했다.

골드 팀이 화이트 팀에 첩자 1인을 심어둔 건 후발주자의 한계를 계산한 결과였다. 하지만 골드 팀이 게임에서 완전히 배제될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후발주자는 무슨 짓을 해도 불리해요. 룰로 어드밴티지를 줘도 나흘 동안 쌓인 갈등과 감정은 못 따라오거든요. 그런데 골드가 이렇게 배제당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어요. 골드 합류 이후에는 골드를 가진 골드 팀과 보석을 가진 화이트 팀이 각자 다른 참가자에게 몫을 제안하는 '최후통첩 게임'으로 구성돼 있는데 골드가 완전히 게임에서 배척당하며 설계했던 대로 게임이 흘러가진 않았죠."
결말을 두고는 시청자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최종회에서 보석과 골드로 공격·방어권을 살 수 있는 규칙이 새로 추가됐고, 골드 팀의 최후의 1인 루나(박세승)가 화폐 '골드'를 1조 발행해 사실상 무제한의 공격권을 손에 넣었다. 결국 루나는 다수 연합의 판도를 뒤집고 상금을 홀로 거머쥐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마지막에 등장한 '히든 룰'이 9회 동안 쌓아온 팀 간 역학 관계를 한순간에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권 PD는 방송 직후 SNS에 직접 설명 글을 올렸다.
“9회까지 재미있게 따라와 주신 분들이 마지막에 동의하기 어려우셨던 거잖아요. 만든 사람으로서 죄송했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성의껏 말씀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어요.”
②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