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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김포 한옥마을ㆍ털레기ㆍ오일장 닭강정 만난다
입력 2025-01-11 19:00   

▲'동네 한 바퀴' 김포 (사진제공=KBS 1TV)
'동네 한 바퀴' 이만기가 김포 북변동 털레기 이북 음식, 한옥마을 목판 장인, 오일장 닭강정 등을 만난다.

11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 한 바퀴’ 302번째 여정은 경기도 김포시에서 자연과 도시가 경계를 이루고 전통과 현대가 마주하는 삶의 다양한 흔적과 마주한다.

◆김포에서 전해지는 이북 음식, 털레기

도심 속이지만 근현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북변동. 전당포, 비디오방을 비롯해 100년 넘은 가게의 흔적이 그대로인 이곳은 ‘백년의 거리’로 불린다. 그 오래된 골목길에서 ‘털레기’라는 생소한 이름의 음식을 파는 가게와 만났다. 각종 재료를 털털 털어 넣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털레기는 이북의 향토음식이다. 김포 장에서 오래 장사를 하다 작은 식당을 연 부부는 이북출신 어른들에게 털레기라는 메뉴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생소했지만 비슷한 음식점을 돌고 오래 연구한 끝에 이북의 맛을 재연해냈고 손님들에게 고향의 맛이 난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식당에서 내놓는 음식은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들어 쓴다는 사장 부부. 이윤을 더 남기기보다는 정직한 맛을 내는 게 더 큰 행복이라는 이들의 음식 철학을 맛본다.

▲'동네 한 바퀴' 김포 (사진제공=KBS 1TV)
◆고딩엄빠에서 아이 셋 버섯농장 대표로

비옥하고 기름진 넓은 평야로 유명한 김포. 너른 들녘을 따라 걷다 보니 논 사이 버섯 농장이 보인다. 5동의 비닐하우스에서 버섯을 키우는 올해 33의 젊은 부부. 그런데 벌써 애가 셋! 게다가 첫째는 15살. 알고 보니 둘은 고등학생 때 만나 아이를 가졌던 요즘 말로 ‘고딩엄빠’였던 것. 18살에 아이를 낳고 25살에 학부모가 되다 보니 그동안 말 못할 사연도 많았단다. 그래도 부부는 온갖 아르바이트로 양육비를 벌고 뒤늦게 대학에도 진학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덕분에 지금은 어엿한 버섯농장 대표로 고향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어린 자식의 임신 소식에 바깥출입도 않고 울기만 했다는 시어머니는 이제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아이 셋을 키우며 농사꾼으로 성공 가도를 달려가는 이들의 유쾌한 일상을 만나본다.

◆보자기의 아기자기한 변신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신도시 안에 고즈넉한 한옥마을이 동네지기의 눈에 들어왔다. 김포한옥마을은 88 올림픽 당시 외국인 손님맞이로 조성되었는데 지금은 전통예술을 체험하는 곳으로 재단장하였다. 김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강좌를 여는데, 색색의 아기자기한 보자기 공방이 발길을 이끈다. 어릴적 책 보따리를 직접 싸서 매고 다녔다는 이만기 씨의 야무진 매듭 실력에 놀라는 공예가. 그녀는 보자기의 다양한 색감과 주름에 따라 달라지는 기품에 반해서 19년간 다니던 여행사를 그만두고 공방을 차렸다고 한다. 집마다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흔한 보자기가 아기자기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본다.

▲'동네 한 바퀴' 김포 (사진제공=KBS 1TV)
◆선조들의 예술혼을 위해...목판 제작 41년 장인

한옥마을에서 떡살 체험에 나선 동네지기. 그런데 자세히 보니 떡살의 문양과 새긴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떡살을 만든 이는 목판 제작을 41년째 계속해오고 있는 손영학 장인. 그는 화재로 소실된 김홍도의 오륜행실도 목판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심청전, 홍길동전, 춘향전, 그리고 훈민정음 해례본 등 안타깝게 사라진 목판을 모두 복원해냈다. 본래 육상선수 출신의 체육교사였던 장인은 시문학에 관심이 많아 활동하던 중 우연히 목판도 함께 배우게 되었는데 스승의 권유로 목판 복원을 하게 됐다. 사실 목판 하나를 새기는데 하루 8시간 이상을 꼬박 작업해도 최소 40일 이상이 걸린다. 현재 76세인 손영학 장인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목판의 복원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절반 정도를 완성했는데 남은 인생, 이 작품을 복원하는 게 그의 마지막 소망이다. 한 자 한 자 인고를 새기며 조선의 인쇄기술을 복원해가고 있는 장인을 만나본다.

▲'동네 한 바퀴' 김포 (사진제공=KBS 1TV)
◆오일장의 명물, 닭강정 여사의 사연

김포에선 2일과 7일이면 아직도 오일장이 선다. 도심의 공영주차장이 5일마다 시장으로 바뀌는데 규모 면에서도 수도권에서 가장 크다. 다양한 먹을거리와 재미난 볼거리들이 넘쳐나는 오일장에서 동네지기가 끌린 곳은 갓 튀겨 내놓는 닭강정 집. 15년 넘게 김포 오일장에서 장사하며 줄 서서 먹는 명물로 떠오른 닭강정은 막례 씨가 남편과 함께 시행착오를 반복해가며 개발한 레시피로 만든다. 그런데 2년 전 남편이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거동을 못하게 되었다. 장사를 하면서도 식사 때면 집으로 달려가 남편의 밥상을 차리는 아내. 다행히 남편의 빈자리는 아들이 채워주고 있다. 집안의 가장으로, 엄마로, 그리고 아내로 잠시도 쉴 틈 없이 살아가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는 닭강정 여사의 환한 웃음이 마음을 적신다.

◆한강에서 고기잡는 선녀의 이야기

한강을 따라 이어진 평화누리길을 걷다 보니 고기잡이배들이 오고 가는 전류리포구와 만난다. 갓 잡은 숭어를 한가득 싣고 오는 부부. 식당도 함께 운영하는데 회를 뜨는 아내의 이름이 조선녀. 전류리 포구에서 유일한 여성 어부란다. 문경에서 김포로 시집올 때는 한강에서 고기를 잡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몸서리치게 추운 겨울에 배를 타고 나가 일할 때는 서러워 눈물이 절로 나기도 했다는 선녀 씨. 지금은 만선의 기쁨과 큰 고기를 잡아 올릴 때의 손맛을 알아버려 배를 안 탈 수가 없단다. 힘듦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장난기 가득한 남편과 야무진 아내가 함께하는 부부의 순항을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