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집을 짓고 비로소 진짜 아빠가 된 것 같다는 남편들의 성장기를 함께 한다.
◆일중독 아빠의 ‘더 늦기 전에’
전라남도 곡성의 한 타운하우스. 정원과 옥상이 눈에 띄는 주택이 하나 있다. 세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안재화 김고미 부부의 집이다. 겉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화목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남편이 가족과 온전히 시간을 보낸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집 짓는 일을 업으로 삼은 남편은, 일의 특성상 지방 공사 현장에 출장을 다니는 일이 잦았다. 바쁜 나날 속에서 삼 남매는 이미 훌쩍 커버렸는데... 삼 남매의 기억 속 아빠는 늘 바쁜 사람이었고,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어진 탓에 남편의 노력에도 가족 간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삼 남매 독박 육아를 하던 아내가 방광암 진단을 받게 되면서 일중독 남편의 삶에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평생 남의 집만 짓던 남편은 가족들을 위한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아이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정원을 네 구역으로 나눠 축구장, 골프장, 노천탕, 바비큐장을 만들고, 집안일을 해야 하는 아내를 위해 특별한 실내 테라스도 꾸몄다. 남편이 달라지자, 아이들도 달라졌다. 시인을 꿈꾸는 아들은 아버지를 위한 시를 쓰고, 좀처럼 아빠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딸은 아버지와의 시간을 기다린다.

경기도 고양시. 정겨움이 물씬 풍기는 주택들 사이로 유독 눈길을 끄는 집 한 채가 있다. 비뚤어진 오각형 모양의 지붕과 예각이 눈에 띄는 앞마당. 독특한 외관의 이 집은 어린 아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젊은 아빠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직접 한 집이다.
문제는 한정된 예산. 다행히 본가 옆에 아버지 명의의 논이 있어 그 땅에 집을 짓기로 한 것. 인터넷도 뒤지고 관련 서적도 사서 집 짓기 공부를 시작했지만 누가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직접 집을 지으려니 해야 할 일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결국 남편은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집 짓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집 짓는 과정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가? 자재 수급은 물론 하다못해 신호수까지 직접 다 하며 공사를 이어가는데... 문제는 중간중간 발생하는 돌발 상황! 현장 관리인을 구하지 못해 직접 자격증을 취득해야 되질 않나, 잘못된 자재가 배달되면서 공사가 중단되질 않나 정화조를 묻기 위해 땅을 파기 물이 계속 나오질 않나 한 마디로 집 짓기는 끝없이 터지는 문제와의 전쟁이었다.
힘든 과정을 모두 이겨내며 마침내 새집에 입주하던 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는 젊은 아빠. 자신이 피땀으로 지은 집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아들을 보니 그간의 고난과 역경은 말끔히 사라졌다고. 주택 살이가 탐탁지 않았던 아내 역시 하얀 캔버스 같은 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그려나갈 미래를 그리며 행복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