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 윤준필] 서초동·에스콰이어…시청률 보장 직업, '변호사'가 뜬다
입력 2025-06-28 12:00   

변호사 드라마 전성시대…'정의' 판타지 소비

▲'서초동' 포스터(사진제공=tvN)

변호사들이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오는 7월 5일 첫 방송되는 tvN 새 토일드라마 '서초동'과 8월 2일 편성된 JTBC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이하 에스콰이어)'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성공을 거둔 '변호사 드라마'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변호사 드라마'는 전문직 드라마가 주는 지적 긴장감과 사회 정의라는 이상적인 가치, 에피소드의 확장성까지 갖췄다. 이제 '변호사 드라마'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서초동' (사진제공=tvN)

◆ 변호사의 얼굴이 달라졌다

과거 드라마에서 변호사는 엘리트로만 그려졌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좀 더 다채롭게 변호사라는 직업을 묘사하고 있다.

'서초동'과 '에스콰이어'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시청자에게 접근한다. '서초동'은 법조타운을 배경으로 한 청춘 오피스극이다. 어쏘 변호사(법무법인에 고용되어 월급을 받는 변호사) 5인의 군상극으로 구성되며, 이종석과 문가영이 각각 9년차, 2년차 변호사로 호흡을 맞춘다.

이종석은 한 로펌에서만 버틴 '고인물' 베테랑 변호사 안주형 역을 맡아, 날카로운 직업의식과 인간관계의 거리를 유지하려는 내면을 그린다. 문가영은 '한 사람의 삶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이상을 품은 신입 변호사 강희지 역을 연기한다. 두 사람의 '워크로맨스' 케미스트리 또한 '서초동'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외에도 강유석은 법조타운의 수다쟁이이자 관계 지향적인 변호사 조창원 역을, 류혜영은 강한 승부욕과 책임감을 지닌 터프한 변호사 배문정 역을 맡았다. 임성재는 "돈이 최고"라는 가치관을 내세우는 자본주의 성향의 하상기를 연기한다.

'서초동'의 어쏘 변호사 5인은 법정 밖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 따뜻한 유대감을 그리고, 직업적 전문성과 개인적인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교차할 예정이다.

▲'에스콰이어' 정채연, 이진욱(사진제공=(주)비에이엔터테인먼트, SLL, 스튜디오S)

'에스콰이어'는 엘리트 변호사와 신입 변호사의 앙숙 관계를 중심에 둔다. 이진욱과 정채연이 주연을 맡았고, 멘토-멘티 구도의 전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 효민(정채연)은 온 세상에 냉기를 뿜어대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파트너 변호사 석훈(이진욱)을 통해 완전한 변호사로 성장해간다.

이에 앞서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SBS '천원짜리 변호사'에선 대형로펌 대신 사회적 약자를 단돈 천원만 받고 돕는 변호사가 등장했다. 또 JTBC '신성한, 이혼'과 SBS '굿파트너'에서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처럼 변호사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이런 변화는 '작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초동'은 현직 변호사 이승현 작가가, '굿파트너'는 이혼 전문 변호사 최유나 작가가 극본을 집필했다. 실제 법조 현장을 경험한 작가들이 극본을 써 드라마의 사실성을 강화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사진제공=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 0.9%→17.5%…시청률 보증 수표

변호사 드라마는 최근 3년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2022년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첫 회 시청률 0.9%에서 시작해 마지막 회에 17.5%를 기록했다. 개국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신규 채널 ENA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뿐만 아니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서도 20개국 이상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내외 흥행을 동시에 거뒀다.

같은 해 방송된 '천원짜리 변호사'는 최고 시청률 15%를 기록했고, 2023년 방영한 '신성한, 이혼'은 배우 조승우의 내밀한 연기와 함께 꾸준한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성장을 다룬 '굿파트너'가 최고 시청률 17.8%까지 상승하며, SBS 금토드라마 역대 시청률 7위에 올랐다.

이처럼 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들이 꾸준히 성과를 내다보니 방송가에서는 '법정극=시청률 보장'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굿파트너' 스틸컷(사진제공=스튜디오S·스튜디오앤뉴)

◆ 장르적 조건이 뛰어난 '법정극'

변호사 드라마는 보는 사람에게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이다. 변호사 드라마는 구조상 소재 확장이 용이하다. 매회 다른 사건을 다룰 수 있어 내용의 다양성이 확보되며, 선악 구도가 비교적 명확해 시청자 입장에서는 감정 이입과 몰입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특히 법정에서의 긴장감,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의 극적 구성은 드라마적 재미를 강화한다.

사건 중심의 에피소드 구성은 시즌제 제작에도 유리하다. '굿파트너'의 시즌2 확정은 이런 구조적 이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천원짜리 변호사' 포스터(사진제공=SBS)

◆ 드라마 속에서라도 구현되는 '정의'

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적 불신, 경제 불안, 계층 격차 심화 등 다양한 이유로 제대로된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다. 현실 시스템이 정의롭게 작동하지 않는 것을 자주 경험한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에서만큼은 명확한 옳고 그름이 존재하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변호사 드라마는 완벽한 해답을 제시한다. 드라마 속 법정에선 증거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한다.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위해 변호사가 나타나고, 이들에게 못된 짓을 한 사람들은 응당한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이런 완결된 구조 속에서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는 통쾌함을 경험한다. 변호사는 단순한 직업군을 넘어서 나를 대신해 정의를 실현해주는 인물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법률사무소 우영의 박인준 대표변호사는 "현실에서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해결되지 않는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대중이 명확하게 옳고 그름이 가려지는 세계를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드라마 속 정의로운 변호사가 갈등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구조가 일종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며 "이 같은 대리만족 요소가 장르적 흡인력을 높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