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조유리는 '오징어 게임'의 김준희 역할을 준비하며 본인과 캐릭터의 닮은 점과 차이점을 찾아봤다. 가끔씩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건 닮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사랑받은 경험의 유무였다.
"준희는 부모한테 버림받은 아이예요. 저와는 다른 이 차이가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점이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생겼을 때 유일한 자기 편이 생겼다는 마음도 있었을 거고, 아이와 함께 살 방법이 도저히 없다는 걸 느꼈을 때의 그 절망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김준희를 연기하며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모성애에 대한 것이었다. 조유리는 엄마의 사랑이라는 게 이렇게 신성하고 위대한 것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엄마가 저를 낳고 쓰셨던 육아수첩을 읽었는데 많은 도움이 됐었거든요.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도 엄마 생각이 한 번 더 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모성애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준희와 함께 저도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아요."

김준희가 절박한 마음으로 '오징어 게임'에 뛰어든 것처럼, 조유리에게도 그런 사생결단의 순간이 있었다. 특히 지금의 조유리를 있게 한 서바이벌 오디션 Mnet '프로듀스 48'에 참여했을 땐 '오징어 게임'처럼 탈락하면 끝이라는 각오로 임했다.
"부산에서 홀로 서울에 올라와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프로듀스 48'은 제겐 마지막 기회였어요.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 않았고, 엄마가 보내주시는 생활비도 한계가 있었거든요. 장녀로서 더 이상 가족에게 짐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컸어요."
서울은 꿈의 무대이면서 동시에 냉혹한 현실이었다. 떨어지면 고향으로 돌아가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마침내 오디션을 통과했고, 아이즈원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데뷔 이후에도 계속 서바이벌의 연속이었다. 솔로 활동을 시작하고, 연기 도전을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십 차례의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경험을 반복했다. 조유리는 "1차에서 떨어지는 게 부지기수였고, 매서운 이야기들도 많이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런데 점차 다음 단계로 올라가더라고요. 그때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 '가능성이 있구나'를 깨달았어요. 그러니까 거절당하는 것도 익숙해지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조유리는 '나는 서바이벌 강자'라는 믿음을 가지고, 매 순간에 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부산 소녀가 서울에서 꿈을 좇으며 겪은 모든 시련들이 지금의 조유리를 만든 것이다.
"인생은 산 너머 산이고, 특히 연예인은 선택을 계속 받는 입장이잖아요. 오디션이라는 게 끝나지 않더라고요. 그게 제 삶이고, 이제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