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밥상'에서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임진강 어부와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물돌이마을 사총사,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의 남한강 건강 밥상을 찾는다.

해 뜨기 전, 이른 새벽. 올해로 42년 차를 맞은 베테랑 어부 이형배(67세) 씨와 아내 이화섭(61세) 씨가 임진강 변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지, 어부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 자리는 물고기가 끊이지 않는 명당이다. 전날 쳐둔 그물을 걷어 올리니, 굵직한 자연산 장어에 민물고기 중 으뜸인 쏘가리, 고소한 맛이 일품인 참게까지 묵직하게 걸려든다.
이화섭 씨는 뱃일에 지친 남편을 위해 메기와 장어, 쏘가리에 참게까지 아낌없이 넣은 매운탕을 끓인다. 이는 시아버지에게서 전수받은 특별한 요리로, 기운 떨어지는 여름날에 이보다 좋은 보양식은 없다. 아버지의 사랑과 지혜가 담긴 음식은 매운탕만이 아니다. 그날 잡은 생선을 다 넣어 푹 고아 뽀얀 국물을 내고, 채소와 양념을 더해 수제비를 넣고 한소끔 끓여낸 ‘어수제비’가 그것. 한창 자라던 네 형제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아버지의 마음과 손맛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강가에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온 부부는 수해로 집이 네 번이나 떠내려가는 아픔을 겪었지만, 아버지가 그랬듯 강이 품은 생명으로 가족을 지켜왔다. 이형배 씨에게 강은 곧 ‘생명’이자 뿌리 같은 곳이다. 부부의 고된 삶을 달래고, 함께 한 5남매를 길러내도록 언제나 넉넉했던 강이 내어주는 밥상을 만나 보자.

영광을 가로지르는 와탄천이 서해와 맞닿은 곳. 50여 년 전 간척으로 넓은 논이 조성되면서 바닷물과 민물이 동시에 감싸도는 특별한 ‘물돌이마을’이 생겨났다. 이곳에서 9년째 이장을 맡은 김복숙(71세) 씨. 동기간처럼 지내는 세 명의 이웃과 함께 농사와 갯벌 일에 지친 몸을 달래줄 보양식 재료를 찾아 나섰다. 와탄천 지류에 미리 넣어둔 통발에는 살이 꽉 찬 붕어가 잡혔다. 시래기를 양념해 미리 삶아둔 붕어에 덮고 푹 졸여내면 얼큰한 붕어찜이 완성되는데, 칼칼한 맛이 속까지 스며들어 하루의 고단함을 훌훌 잊게 만든다.
갯벌 구멍에 손을 깊숙이 넣어 잡은 농게는 딱 지금이 산란철이라 맛이 더 진하다. 부지런히 확독에 갈아 만든 농게장은 “오메~” 소리가 절로 날만큼 감칠맛이 가득하다. 여기에 아이들 반찬으로 자주 올리던 농게볶음까지 상에 차려내면, 맛과 영양이 두루 갖춰진 한 상이 완성된다. 날마다 함께 일하고 함께 웃는 이웃이 곁에 있기에, 더 따듯한 물돌이마을의 밥상을 만나 보자.

커다란 남한강 물길이 흘러 빚어낸 여주의 비옥한 땅. 그곳에서 농부 김태환(46세) 씨가 이웃 형·동생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다. 모래가 섞여 물 빠짐이 좋으면서도 양분이 풍부한 ‘보만개 흙’에서 자란 햇고구마는 달고 고소해 맛이 제대로다.
강변에서 좀 떨어진 김태환 씨 부모님 댁에서는 이웃과 친지가 모여 잔칫상을 차렸다. 남한강 지류에서 건져 올린 메기와 말조개가 오늘 밥상의 주인공. 고구마 줄기를 양념에 무친 후 메기를 올려 찐 고구마줄기메기찜은 밥도둑이 따로 없고, 맛이 옅은 말조개는 곱게 다져 동그랑땡으로 빚어내니 깊고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태환 씨 부부는 부모님을 위해 고구마 전분을 넣어 정성껏 빚은 피로 만두를 준비한다. 모처럼 모인 이웃과 친지들이 함께 나누는 풍성한 밥상은 새벽부터 이어진 고된 하루마저 털어낼 위로가 되어준다. 강이 빚은 땅과 강물에서 얻은 귀한 것들로 차린, 선물 같은 밥상을 만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