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축탐구 집' 자식들이 모이는 특별한 집
입력 2025-10-07 21:50   

▲'건축탐구 집' (사진제공=EBS1 )
'건축탐구 집'이 자식들이 모이는 특별한 집을 소개한다.

7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주말마다 명절처럼 시끌벅적해지는 ‘어부바가(家’)를 통해 단순 건축물이 아닌 가족을 이어주는 단단한 울타리가 된 집의 의미를 탐구한다.

◆삼 남매가 선물한 1,500평 엄마의 시크릿 가든

멀리서 보기엔 숲처럼 보이지만 굽이굽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숲속의 숨은 집이 있다. 홀로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며 고되게 살아온 어머니를 위해 삼 남매가 합심해 고친 집이다. 드넓은 잔디정원에 연못과 계곡까지 품은 제천의 이곳은 이들 가족만의 비밀의 화원.

진입로를 지나 정원에 들어서면 집 두 채가 나란히 마주 보고 있다. 하나는 주거 공간, 나머지 하나는 정원 일을 마치고 쉬는 공간이자 파티를 열고 꽃꽂이도 하는 다목적 공간. 원래 1,500평(약 6,000㎡) 규모의 의료기기 체험단지였던 곳을 쓸 수 있는 것만 남기고 철거한 후 여러 번 의견 충돌을 거쳐 재탄생시켰다. 4년간 온 가족이 휴일도 반납하고 철거를 비롯해 폐기물 처리, 페인트칠, 콩 자갈 깔기 등 리모델링에 매진했다. 두 사위와 며느리 그리고 여덟 살 손녀도 두 팔 걷어붙이고 달려들었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멋진 정원을 선물하고 싶어 찾은 곳인데,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이 넓은 땅에 꽃 심을 공간은 한 평도 없었다고. 이유는 숲이 너무 우거져 해가 드는 땅이 거의 없어서였다는데. 굳센 K-장녀 정은 씨의 추진력으로 자식들이 불모지 땅을 고르고 골라 어머니에게 정원을 선물했다. 어머니 승희 씨는 눈뜨면 정원에 나와 꽃을 가꾸며 하루를 보내는데, 꽃과 함께하는 지금의 일상이 젊은 날의 고생에 보상처럼 달콤하단다.

아래엔 계곡이 흐르고 광활한 잔디마당에 연못까지 있는 이 집. 어머니의 초등학교 동창들에, 시골 학교로 전학한 손녀의 학교 친구들, 게다가 사돈의 팔촌까지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자식들이 모이는 이 집에는 대체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건축탐구 집' (사진제공=EBS1 )
◆붕어빵처럼 닮은 부자의 40년 만에 화해 공간

어린아이를 업거나 업어주는 행동을 일컫는 ‘어부바’. 전남 순천에는 서로 업히고 업어주는 집, ‘어부바가(家’)가 있다. 아버지가 아들의 뒤를 지켜주는 듯한 모습의 이 집은 아들 같은 작은 집 한 채 뒤에 큰 집 한 채가 들어섰다. 가파르게 경사진 박공지붕 또한 붕어빵처럼 닮았다.

이 집의 건축주는 주말마다 서울에서 순천을 찾는 아들 성현 씨. 유년 시절, 아버지가 중동 건설 현장에서 근무해 떨어져 보낸 세월이 길다는 부자. 아버지와의 추억이라곤 거의 없는 성현 씨는 두 아들의 아빠가 되고서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가려 노력하던 와중 아버지는 혼자가 되셨고, 급격히 쇠약해지신 아버지를 위해 성현 씨는 결심했다. 소일거리로 텃밭을 가꿀 수 있도록 시골에 집을 지어드리기로. 고민 끝에 순천에 사시는 장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해 처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약 250평(826㎡)의 땅을 사서 집을 지었다. 그것도 두 채나. 한 채는 아버지 집, 또 한 채는 아버님을 뵈러 자주 내려오는 성현 씨 가족이 묵을 세컨 하우스. 내려오면 아버지도 뵙고 근처 사는 장모님도 자주 뵐 수 있는 일석이조 선택.

여든이 넘은 아버지에게 안성맞춤인 작은 집에는 텃밭이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코너 창과 밭일하다 쉴 수 있게 ‘ㄱ’자 툇마루도 설치했다. 온 가족이 모여 놀기 좋은 큰 집에는 아이들을 위한 다락방과 맨발로 뛰놀고 모두 둘러앉아 도란도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툇마루도 냈다. 탕 목욕을 유독 좋아하는 아버지를 위해 널찍한 조적욕조도 마련했다.

집보다 텃밭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아버지는 손주와 며느리가 좋아하는 각종 과실수와 채소를 가꾸며 부쩍 생기를 되찾으셨단다. 무엇보다 40년간 소원했던 부자는 집을 짓는 동안 자주 얼굴을 보고 막걸리 한잔 나누며 대화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를 새롭게 알아가게 되었다고. 서울-순천 간 거리에도 2~3주에 한 번씩 꼭 내려오다 보니 부자 관계도 부쩍 더 돈독해지고, 아이들도 할아버지를 그렇게나 잘 따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