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는 일주일 차이로 극장에 걸렸고, 같은 설 연휴를 노렸다. 하지만 한 편은 1600만 관객을 향해 달리고 있는 반면, 한 편은 넷플릭스로 향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제공/배급: 쇼박스)는 3월 31일까지 누적 관객 1573만 명을 넘어섰다. 반면 '휴민트'(제공/배급: NEW)는 개봉 두 달 만에 조용히 넷플릭스행을 확정했다.
두 영화의 희비는 효율성 측면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순제작비 105억 원이 투입된 '왕과 사는 남자'는 현재 누적 매출액 약 1517억 원을 돌파, 역대 한국 영화 매출액 1위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반면 조인성, 박정민, 신세경 등 초호화 캐스팅 비용을 비롯해 235억 원을 쏟아부은 '휴민트'는 손익분기점인 400만 명에 미치지 못하며 약 199억 원의 수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화려한 캐스팅은 '휴민트'의 구원투수가 되지 못했다.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 등 각자의 이름값만 놓으면 이 정도 라인업은 웬만한 한국 영화에선 보기 힘들다.
하지만 관객은 이름값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235억 원 대작 영화라는 설명은 고스란히 '기대치'가 되어버렸고, 개봉 초기 그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는 관객들의 평에 작품을 향한 차가운 반응도 그만큼 빠르게 왔다.

'휴민트'의 부진이 더 충격적인 이유는 감독 류승완이라는 이름 값 때문이다. '베테랑1'(1341만), '모가디슈'(361만), '밀수'(514만)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에서 그가 200만 문턱을 못 넘긴 적은 사실상 없었다.
반면, '왕과 사는 남자'는 장항준 감독 본인도 흥행을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오죽하면 개명과 성형수술을 천만 공약으로 걸었을 정도다. 하지만 '왕과 사는 남자'는 1주차부터 4주차까지 관객 수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주간 관객 수가 늘어나는 역주행을 기록했다. 설 연휴, 3·1절 연휴라는 흐름을 타되, 입소문이 그 흐름을 만들어냈다. 돈으로 만든 기대가 아니라 실 관람객이 데려온 관객이었다.

'휴민트'는 1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난다. OTT 플랫폼을 통한 판권 계약으로 극장에서의 손실을 일부 보전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극장 흥행 실패라는 사실 자체가 지워지는 건 아니다.
결국 2026년 1분기 극장가는 '이름값'보다 '콘텐츠의 본질'이 승리한다는 평범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105억으로 1573만을 모은 '왕과 사는 남자'와 235억으로 198만에 그친 '휴민트'가 남긴 이 대조적인 수치는 향후 한국 영화 제작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