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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스타] 염혜란 "'내 이름은' 영화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인터뷰①)
입력 2026-04-22 00:00   

▲염혜란(사진=렛츠필름, 아우리 픽쳐스)

배우 염혜란은 오랫동안 대중에게 이름보다 얼굴이 더 익숙한 배우였다.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스크린에 첫발을 내디딘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연극 무대와 드라마·영화 조연을 오가며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켰다.

스크린 데뷔 23년 차, 이제 대중은 작품 속 캐릭터가 아닌 ‘배우 염혜란’의 이름을 믿고 선택한다. ‘더 글로리’와 ‘마스크걸’을 거쳐 '내 이름은'으로 베를린의 찬사까지 이끌어낸 그가 이번엔 제주의 아픈 상흔을 보듬는 ‘정순’으로 돌아왔다.

▲영화 '내 이름은' 스틸컷(사진=렛츠필름, 아우리 픽쳐스)

염혜란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비즈엔터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내 이름은’을 통해 제주 4·3 사건을 마주한 진솔한 소회를 전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역사의 비극 속에서도 아들과 함께 꿋꿋이 일상을 살아가는 ‘정순’ 역을 맡아,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생명력 넘치는 인간의 얼굴을 그려냈다.

먼저 그는 작품 외적인 면만 강조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솔직하게 꺼냈다. 역사적 무게감이 오히려 관객의 발걸음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처음 시나리오를 펼쳤을 때 느낀 감각은 달랐다. 문학성과 서정성을 갖춘 작품 자체의 영화적 매력이 출연을 결심하게 한 이유였다.

"이야기가 문학적으로든 영화적으로든 재미가 없으면 관객을 선동하는 영화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하지만 '내 이름은'은 그런 느낌 없이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었기에 출연을 결심했어요."

▲염혜란(사진=렛츠필름, 아우리 픽쳐스)

배우라는 직업의 본질에 대한 그의 생각도 이와 맞닿아 있었다.

"이야기를 직접 쓰지 않는 이상 하고 싶은 말을 스스로 고를 수 없는 존재가 배우예요. 그렇기에 '정순'은 단순한 역할 그 이상이었죠. 나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제주에서 열린 시사회는 배우로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됐다. 제주의 예민한 역사를 다룬 작품인 만큼 현지 반응이 누구보다 두려웠던 터였다.

"너무 예민하고 어려운 얘기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굉장히 떨렸는데, 잘 봤다고 해주셔서 감동이었어요. 특히 현지 관객들이 말없이 손을 꼭 잡아주고 안아준 그 온기는 어떤 호평보다 진한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영화 '내 이름은' 스틸컷(사진=렛츠필름, 아우리 픽쳐스)

베를린 영화제에서의 반응은 또 다른 울림을 줬다. 제주 사투리도, 역사적 맥락도 낯설 관객들이 오히려 누구보다 깊이 공감해줬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받아들이면 될 텐데, 왜 우리나라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 어려운 이야기가 되어야 하나 싶었어요. 외국에서는 '인류애'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정치도, 지역도 걷어내고 이야기 그 자체로 받아들인 거죠."

4·3을 둘러싼 현실에 대해서도 솔직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78주기가 됐음에도 기억조차 못 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교과서에 명확히 실린 사건조차 섣불리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내 이름은'은 사람에 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길 원해요."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