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렬한 캐릭터도, 묵직한 존재감도 내려놓았다. 배우 최민식은 영화 '인턴'을 통해 전혀 다른 옷을 꺼내입었다.
최민식은 '인턴'에서 젊은 CEO가 있는 회사의 실버 인턴으로 출근하는 역할을 맡았다. 사회생활 경력 37년이지만 막내가 된 '기호'를 통해 새로운 세대와 부딪히고, 낯선 문화에 적응하며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을 보여줬다. 최민식은 최근 비즈엔터와 만나 '인턴'이라는 작품과 그 안의 기호를 만들어간 순간들을 떠올렸다.
'인턴'은 창업 3년 만에 100억대 매출을 달성한 패션 브랜드 'WOO22'(우투투)의 젊은 CEO 선우(한소희 분)와 경력 37년의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 분)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낯선 디지털 환경과 자유분방한 회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던 기호는 특유의 성실함과 인간미로 선우의 마음을 움직이고, 전혀 다른 두 사람은 각자가 갖지 못한 경험과 시선을 나누며 서로의 일상에 뜻밖의 변화를 만들어간다.

최민식은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보고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먼저 보였다고 했다. 한껏 애정을 품고 만들었던 작품인 만큼 '조금 더 표현해 볼 걸' 생각하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인턴'을 완성했다는 뿌듯함을 전했다.
'인턴'은 최민식의 익숙한 이미지를 뒤집어보는 시도였다. 장르가 달라진다고 연기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그가 관객과 만나왔던 방식과 다른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렘을 느꼈다.
"옷을 바꿔 입은 거죠. 영화 '파묘'에서처럼 밤새 삽질을 하거나 도깨비와 사투를 벌이는 물리적인 힘듦은 없었지만 감정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과 같은 또 다른 영역의 힘듦이 있었어요."

최민식이 가장 신경 쓴 것은 원작의 벤(로버트 드 니로 분)과 다른 결의 인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서양식 노신사가 아닌 한국의 아저씨로 기호를 표현해야 했다. 기호가 선우를 처음 봤을 때 딸 같다고 느끼는 것도, 잔소리 섞인 조언을 건네는 것도 한국적인 기호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설정이었다.
최민식이 기호를 표현하기 위한 첫 번째 키워드는 '여유'였다. 낯선 상황 앞에서 무조건 등을 돌리기보다 자신이 몸담았던 공간의 변화를 한 번 들여다보는 인물로 그렸다.
"'인턴' 속 기호가 진짜 최민식이라면 바로 사표 쓰고 나왔을 거예요. 하하. 그런데 기호는 그 안에 들어간 이유가 있잖아요. 회사 건물이 예전에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고요. 고향에 가는 느낌, 어릴 때 살던 집을 찾아갔을 때 묘한 느낌을 받는 것처럼 기호는 낯선 상황 앞에서도 '한 번 들여다보자'는 마음을 갖는 거죠."

배우 출신인 김지영 감독은 배우의 심리와 현장을 깊이 이해했다. 최민식은 촬영 전부터 감독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작품의 방향을 함께 만들어갔다.
"배우 출신이시잖아요.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있는 데다 배우들의 심리 상태나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세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테이블에서 온갖 이야기를 다 꺼내 놓고 이야기했어요. 서로 그게 좋았고요.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물이 '인턴'이에요."
기호와 호흡을 맞춘 선우 역의 한소희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훨씬 소탈하고 쿨한 배우였다"라고 했다. 캐스팅 과정에서 역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점도 인상 깊었다.

"한소희 배우와 제가 언제 같이 촬영을 해보겠어요. 언감생심이죠. 매우 궁금했어요. 제작진에게 누구보다 이 역할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이라면 그렇게 의욕적으로 대드는 사람이 하는 거죠. 실제로는 굉장히 소탈하고 쿨해요. 까탈스럽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오히려 선배로서 고마웠어요."
현장에서는 젊은 배우들과 어울리며 세대 차이를 직접 체감했다. 유행어부터 소통 방식까지 낯선 것들이 많았지만 그는 자신이 그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요즘 친구들은 굉장히 유연하고 대담해요. 속된 말로 졸지 않아요. 그 친구들의 의연하고 유연한 태도가 저한테도 전염되더라고요. 그래서 계급장 떼고 같이 놀자고 했죠. 진짜 재미있었어요."
②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