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사'를 노래한 곡이 차트 정상에 올라섰다.
전소연의 정규 1집 '끝내주는 인생'의 타이틀곡 '퇴사할게여(Narr. 기안84)'는 17일 멜론 톱100 1위를 차지한데 이어 18일 오전에는 멜론을 비롯해 지니, 벅스, 플로(FLO) 등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정상을 싹쓸이했다.
5년 여만에 전소연이 솔로 컴백을 알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룹 '아이들의 전소연'을 예상했다. 강한 랩과 직선적인 메시지, 한눈에 들어오는 콘셉트, 무대를 장악하는 퍼포먼스 등 '아이들의 전소연'하면 떠오르는 그 이미지로 솔로 앨범도 구성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반대편으로 향했다.
'퇴사할게여'라는 제목부터 친근하다. 제목만 봐도 어떤 정서를 품고 있는 노래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전소연의 팬이 아니더라도 그룹 아이들의 음악을 잘 몰라도 접근할 수 있다. 강한 캐릭터를 앞세우는 대신 누구나 경험했거나 상상해본 감정을 곡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한번 들어볼까?'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퇴사할게요'가 아닌 '퇴사할게여'라는 반쯤 장난 같은 말투도 노래의 문턱을 낮췄다.

기안84를 내레이션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도 영리한 선택이었다. 단순히 유명인의 이름을 빌려 화제성을 더한 것이 아니라 곡의 핵심 메시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았고, 그 답이 기안84였다.
전소연은 앨범 발매 전 인터뷰에서 "'퇴사할게여'는 안정적인 미래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노래"라며 "기안84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낭만적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그를 '퇴사할게여'의 내레이션으로 기용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모든 사람이 인정할 만한 기안84 특유의 이미지가 '퇴사할게여'의 메시지와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
아이들 공식 채널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가창 챌린지'도 눈에 띈다. 일반적인 아이돌 음악의 챌린지가 포인트 안무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것과 달리 '퇴사할게여'는 노래 자체가 즐걸거리가 됐다.

'퇴사할게여'가 오마주한 곡 '잘 부탁드립니다'를 부른 익스 이상미를 비롯해 전소연과 '방과후 설렘'을 통해 사제 관계가 된 리센느 미나미, 한때 전소연과 한솥밥을 먹다 먼저 '퇴사'한 비투비의 육성재 등 서로 다른 서사를 가진 인물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곡을 불렀다.
여기에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낭만적인 할머니' 선우용여와의 호흡, 댄서들과의 합이 돋보이는 '로맨틱 댄스브레이크' 등 '퇴사할게여'만의 서사가 더해진 숏폼 콘텐츠들도 화제를 모았다.
곡 하나를 두고 서로 다른 서사를 가진 인물들이 각자의 해석을 얹는 구조는 결국 대중이 '퇴사할게여'를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TOMBOY(톰보이)', 'Nxde(누드)', '퀸카' 등 소연이 중심이 돼 만든 아이들의 대표곡에는 공통점이 있다. 음악과 메시지는 여러 층위로 읽힐 수 있지만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언제나 단순하고 강했다. 제목 하나만으로 곡의 이미지가 그려졌고 한 문장으로 콘셉트를 설명할 수 있었다.
'퇴사할게여' 역시 비슷하다. 다만 이번에는 강한 퍼포먼스 대신 일상적인 단어와 공감을 택했다. 첫 정규 솔로 앨범에서 기존 '전소연'이라는 캐릭터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선택도 가능했지만 소연은 그러지 않았다.
겉으로는 힘을 뺐지만 대중이 어디서 웃고 어디서 공감할지를 계산해낸 것만으로도 '퇴사할게여'는 소연이 여전히 영리한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임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