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하얼빈에서 울려 퍼진 총성은 독립이라는 꿈을 향해 끝없이 이어진 연대와 희생의 신호탄이었다. 영화 '하얼빈'(제공/배급: CJ ENM)의 우민호 감독은 이 상징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안중근 의사와 독립운동가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결단, 그리고 그들의 연대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 우민호 감독, 역사를 새롭게 그리다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등으로 권력과 부패의 문제를 집요하게 탐구하며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을 날카롭게 조명했다. 하지만 이번 '하얼빈'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본다. 독립운동이라는 숭고한 여정을 다룬 이 작품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새로운 도전이자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우민호 감독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장군이 이토 히로부미를 척결했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안다"라면서 "그 과정을 영화적으로 재미있게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하얼빈'이다.
'하얼빈'은 1909년 하얼빈 의거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이 단순히 한순간의 영웅적 행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모여 만들어진 연대의 산물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실존 인물들과 허구의 캐릭터들을 조화롭게 엮어, 독립운동이 가진 복잡한 서사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 실존 인물과 창조된 캐릭터의 완벽한 조화
'하얼빈'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실존 인물들과 감독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허구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며, 독립운동의 이야기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안중근(현빈)과 우덕순(박정민)은 하얼빈 의거를 중심으로 한 실제 사건의 주축으로 등장하며, 이들의 결단과 희생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기에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 이창섭(이동욱) 등 감독이 창조한 캐릭터들이 더해지며 '하얼빈'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독립운동의 다층적인 서사를 보여준다.
특히 공부인은 여성 독립운동가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당시 기록에는 남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했을 이름 없는 여성들의 공헌을 영화적으로 형상화했다. 감독은 독립운동의 역사 속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역할과 희생을 환기하며, 관객들에게 연대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새기게 한다.
배우 이동욱이 연기한 이창섭은 동지들과의 유대와 협력을 통해 독립운동이 혼자만의 투쟁이 아니라 공동체적 희생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걸 대변한다. 그는 독립운동의 과정이 보다 인간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며, 역사 속 기록되지 않았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대변한다.
◆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연대의 정신
'하얼빈' 속 안중근과 그의 동지들이 보여줬던 연대와 희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임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킨다. 안중근 의사가 남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면 독립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과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사회적, 정치적 위기를 직면했을 때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