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 한 바퀴' 316번째 여정은 서울 신당동·약수동의 오래된 골목길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을 만난다.

시장 골목길에서 오래된 노포를 발견한 동네지기가 잠시 발길을 멈춘다. 젊은 남매가 운영하는 호떡집에서는 치즈가 듬뿍 든 호떡, 팥이 가득한 호떡 등 다양한 호떡을 구워 판다. 여동생이 호떡을 구우면 오빠는 기타치고 노래를 부른다. 미대 나온 동생이 디자인하고 음대 나온 오빠는 SNS를 통해 홍보한다. 덕분에 백화점 등에서 팝업 스토어도 열며 ‘호떡’을 하나의 문화로 발전시키는 중이라고. 찰떡같은 케미를 자랑하는 호떡 남매의 달콤한 이야기를 만나본다.

신당동 개미골목에는 봉제 공장들이 숨어 있다. 오래된 건물에서 16살에 상경해 61세가 된 지금도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함정희 씨를 만났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골 부모님을 돕기 위해 밤새 재봉 일을 해서 번 돈을 고향에 보냈다. 어느새 재봉 마스터가 되어 유명 연예인들이 입는 옷도 의뢰를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여전히 손에서 놓지 않는 재봉틀,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궈온 우리 시대 장인과 만난다.
◆디트로이트 피자에 빠진 재미교포의 신당동 정착기
신당동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감각적인 가게들이 생겨나는 한 골목에서 독특한 영어 간판이 동네지기의 눈길을 끈다. 재미교포 존 킴(43)이 운영하는 디트로이트 피자 가게다. 사각 팬에 도우를 깔고, 가장자리에 치즈를 눌러 구워내는 이 피자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명물이다. 자동차 공장에서 부품 트레이를 이용해 처음 구웠다고 전해지는 이 피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한국에선 아직 낯선 디트로이트 피자를 알리고 싶다는 존 킴. 뜨겁고 바삭한 피자 한 판에 담긴 그의 열정을 맛본다.

조선시대 도성 안에 사람이 죽으면 무조건 이 문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져 시구문이라 불렸다는 광희문. 사연 많은 광희문을 지나 걷다 보니, 고소한 향이 어디선가 퍼진다. 마치 카페처럼 보이는 건물에서 참기름과 들기름을 짜내고 있던 것. 도시형 방앗간을 만든 이는 56세 박정용 씨다. 화장품 회사에서 오일을 다루던 일을 하면서 왜 참기름은 한 가지 방식으로만 짜내는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결국 회사까지 그만두고 저온 압착으로 짜내는 기계를 직접 설계하고 여러 차례 시행착오 끝에 제작에 성공했다. 유명 셰프들이 그 진가를 알아보면서 인지도를 높여갔다. 한국의 참기름, 들기름이 올리브 오일 이상의 명품이 되는 게 소망인 박정용 씨를 만난다.

약수동 먹자골목 안에서 조금은 생소한 메뉴가 동네지기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름하여 ‘이북식 찜닭‘. 멀겋게 삶아낸 닭을 데친 부추와 내어놓는 음식으로 우리가 아는 찜닭과는 사뭇 다르다. 보기엔 밋밋해 보이지만 약재와 함께 고아 낸 닭을 부추와 함께 다대기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40년 가까이 실향민들의 향수를 채워온 이북식 찜닭을 전문으로 하는 이 노포는 71세 신명숙 씨가 아들과 함께 운영 중이다. 노부부가 1년 중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식당을 운영해 왔는데 얼마 전 남편이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이 뒤를 잇게 됐다. 아버지의 오랜 노고와 어머니의 손맛으로 지켜낸 이북식 찜닭, 실향민들의 마음을 뜨끈하게 달래준 그 맛을 음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