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에는 약 2000만 채의 주택이 있으며, 그중 1,200만 채가 아파트다. 서울에만 180만 채의 아파트가 존재한다. 아파트는 단독주택과 달리 여러 가정이 한 건물에 모여 사는 공간이기에 다양한 갈등이 발생한다. 사람마다 가치관과 생활습관이 다르고,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한다. 변호사로서 상담해온 강력 사건 중 층간소음에서 비롯된 사건도 적지 않았다.
층간소음의 심각성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집은 휴식과 안정을 취하는 공간인데, 끊임없이 들리는 쿵쿵 소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이다. 스피커 우퍼처럼 반복되는 소음은 정신적 고통을 초래한다. 보통 참다 참다 결국 위층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이런 상황은 종종 서로 멱살을 잡는 다툼으로 번져 폭행, 모욕,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 단계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 법적 대응보다 배려와 존중이 우선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래층에 사는 주민은 즉각 위층을 찾아가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감정적 대립만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신 관리사무소에 먼저 알리고, 아파트 내 층간소음 관리위원회의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공격적 태도가 아닌 정중한 접근이다. 예를 들어 위층에 소음 방지용 매트나 슬리퍼를 선물하는 등 배려하는 마음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층간소음은 위층 주민이 악의적으로 발생시키는 경우보다 아파트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들은 천장에 스피커를 달아 보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층간소음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스피커를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음향을 발생시키는 행위는 스토킹 처벌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음향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층간소음 보복 목적의 스피커 사용은 형사처벌 위험이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 제도적 해결책의 한계
층간소음 분쟁 해결을 위해 아파트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나 중앙 공동주택 분쟁조정위원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들 기관은 사실 조사, 소음 측정, 조정안 제시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접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당사자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나, 소송 역시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해 결국 이사를 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층간소음 문제에는 시원한 해결책이 없다. 따라서 아파트 층간소음 관리위원의 중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주민들은 감정적 대응보다 배려와 정중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보복성 소음을 발생시키면 오히려 자신이 가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 처음에는 층간소음 피해자였던 사람이 보복 행위를 계속한다면 도리어 스토킹 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층간소음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법은 단지 최후의 차선책일 뿐이다. 층간소음과 같은 문제는 서로 간의 양해, 타협, 존중의 마음으로 접근해야 해결된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법적 조치를 고집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결국 이사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