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허용되던 행동들이 오늘날에는 엄연한 범죄가 되고 있다. 요즘 들어 성범죄 관련 상담이 급증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 변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특히 개인 간 소통이 빈번한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법정에서 죄질이 무거운 범죄로 평가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가던 행동들이 엄격한 법적 평가의 대상이 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 군대 내 성인식의 변화와 법적 책임
과거 1980~1990년대 군대 문화에서는 여성 군인에 대한 폄하나 여성 연예인에 관한 성적 농담이 일상적으로 허용됐다.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었음에도 '그저 그런 것'으로 간주되는 분위기였다.
현재는 상관모욕죄 등 관련 법규가 엄격히 적용되어, 여성 상관에 대한 성적 발언은 물론이고 남성 군인들 사이의 대화에서 나온 성적 표현까지도 입건되어 처벌받는 사례가 빈번하다. 죄의식 없이 행해지던 행동이 이제는 군 복무 기간 내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로 취급된다.
군 입대를 앞둔 자녀가 있다면, 이러한 변화된 기준에 대해 반드시 인지시켜야 한다. 과거의 잣대로 현재를 판단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일상 속 확장된 성범죄의 범위
인터넷 게임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대화도 예외가 아니다. 게임 중 상대방에 대한 성적 욕설이나 비하 발언은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과거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되던 행동이 이제는 엄연한 범죄다.
신체접촉의 기준도 크게 달라졌다. '박력 있는 남성'이라는 명목으로 용인되던 행동이 이제는 '기습추행'으로 간주된다. 상대방의 명시적 동의 없이 이루어진 신체접촉은 그 경중을 떠나 강제추행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대에 따라 성인식은 변화하고, 그에 따른 법적 규제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인지하고 자신의 행동 기준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법을 몰랐다는 것은 면책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법적 처벌의 두려움이 아닌 상호 이해의 토대 위에 건강한 사회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성범죄는 가해자의 순간적 실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평생의 상처로 남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