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많은 이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술 먹어서 기억이 안 납니다"라고 진술한다. 이러한 진술이 과연 본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제로는 기억이 나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것은 절대 유리한 진술이 아니다.
◆ 허위 기억 상실의 법적 함정
술을 마신 후 발생한 폭행이나 상해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문제는 기억이 있음에도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많은 이들이 "술에 취해 기억이 없으니 책임이 경감되지 않을까"라는 오해를 한다. 그러나 이는 치명적인 실수다.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는 순간, 사건의 주도권은 완전히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상대방의 진술이 객관적 증거(CCTV 등)로 보강된다면, 사건은 전적으로 상대방 진술에 의존하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선택적 기억 상실"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기억나고 불리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경우, 진술의 신빙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러한 모순된 진술은 법정에서 심각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일관성 있는 진술의 중요성
폭행이나 상해 사건에서 합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변명거리만 늘어놓는 상대방과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은 합의의 기회마저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모든 사건이 일률적으로 판단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말해야 할 부분과 말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이는 일반인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진술에 일관성과 신빙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술에 취해 기억이 없으니 선처해 달라"는 접근법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건 해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적 분쟁 상황에서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게 사실관계를 진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진실된 진술만이 궁극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