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만 영화 '파묘'로 극장 수익 모델을 복원한 쇼박스는 이제 콘텐츠 스튜디오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쇼박스의 실적을 보면, 전체 매출 117억 원의 73%, 86억 원이 영화가 아닌 기획제작 부문에서 나왔다. 이는 드라마와 예능에서의 첫 번째 실적 반영으로, 쇼박스 수익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쇼박스는 더이상 '영화만 하는 회사'가 아니다.
◆ 드라마 '마녀', 숫자로 증명된 전환점
쇼박스의 2025년 1분기 기획제작 매출은 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2.8억 원 대비 3013.5% 증가했다. 전체 매출 117억 원 중 73.4%를 차지할 정도로, 비영화 콘텐츠가 처음으로 실적을 견인했다.
이 성과의 중심에는 드라마 '마녀'가 있다. 지난 2월 15일 채널A에서 처음 방송됐던 '마녀'는 첫 방송에서 시청률 2.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채널A 토일 드라마 역대 첫 방송 최고 시청률이었으며, 시청률은 최고 3.1%까지 상승했다.
이번 1분기 실적에는 '마녀'의 방영권료 및 부가판권 매출이 반영됐다. 쇼박스는 '마녀'의 기획·제작을 총괄하고, 외부 제작사 미스터로맨스와 공동으로 제작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분산시켰다.

◆ 예능 포트폴리오도 확대…제작형 콘텐츠 기반 구축
예능 부문도 수익화되기 시작했다. '핀란드 셋방살이', '주로 둘이서' 등 쇼박스가 자체 제작한 예능 콘텐츠가 tvN에 편성됐다. 쇼박스는 방송 기획·촬영·편집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예능 부문은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낮고, 광고·PPL·판권 판매 등에서 수익 회수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재무적 안정성과 콘텐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쇼박스는 올해 하반기에도 신규 예능 2~3편을 편성할 계획이다.
◆ 디즈니 플러스와 계약 체결…글로벌 OTT 진출 신호탄
2025년 4월, 쇼박스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와 드라마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2030년까지 비공개로 설정돼 있으나, 쇼박스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과 직접 콘텐츠 파트너십을 맺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계약은 단기 매출보다도 콘텐츠 기획 역량이 글로벌 수준에 근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된다. 향후 쇼박스가 기획하거나 공동제작에 참여하는 드라마의 일부는 글로벌 플랫폼 오리지널 또는 동시 방영 형태로 확장될 가능성도 높다.

◆ '제작-유통-수익화' 일원화 구조, 현실화 단계로
과거 쇼박스는 외부 제작사 콘텐츠를 배급하거나, 영화에 직접 투자하는 수익 구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실적을 보면, 쇼박스는 콘텐츠의 기획, 제작, 편성·유통, 부가 수익 회수까지 일원화하는 스튜디오 모델에 근접하고 있다.
이러한 수직적 통합은 콘텐츠 IP의 반복 활용, 방영권료·OTT·수출·PPL 등 2차 수익 다각화에 유리하다. 기존처럼 단일 개봉 수익에만 의존하는 구조보다 리스크 분산과 수익 회수의 연속성 측면에서 장점이 뚜렷하다.
실제로 쇼박스는 2025년 하반기에도 드라마 '현혹', 영화 '폭설' 등 복수의 기획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거나 공동기획 형태로 준비 중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단발 유통이 아닌 플랫폼 연계형·시리즈형 콘텐츠로 확장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고 있어, 쇼박스가 제작형 콘텐츠 스튜디오로 체질을 바꾸려는 전략이 일시적 실험이 아닌 구조적 성장 방향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천만 영화 '파묘'로 배급사의 체력을 증명한 쇼박스는, 이제 예능·드라마·OTT 플랫폼 대응 역량까지 강화하며 '제작형 콘텐츠 스튜디오'로의 변화를 서서히 현실화하고 있다. 이 변화가 중장기 실적의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2025년 하반기 실적과 콘텐츠 흥행 결과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