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김도경은 고향 대구에서 배우의 꿈을 안고 홀로 서울에 올라와 생활 중이다. 그동안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티빙 '개미가 타고 있어요', '술꾼도시여자들2' 등에 출연하긴 했지만 워낙 작은 역할이었기에 김도경은 부모님께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에서는 출연 분량이 적지 않은 만큼, 미리 아버지께 TV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4화에서 나올 거라고 콕 집어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빠가 저를 못 알아보신 거예요. 목소리도 다르고, 사투리도 안 쓰니까 딸을 못 알아보신 거 있죠?"
김도경은 그날 밤, 술에 취하신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김도경의 아버지는 "내가 너를 못 찾았다. 그런데 괜찮다. 더 열심히 하면 된다"라며 딸을 격려했다. 김도경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됐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언슬전' 4화는 김도경에게 특별한 회차다. '언슬전' 4화에서 표남경(신시아)으로부터 여주연(김도경)이 1년 차 전공의를 무시한다고 오해를 받는다. 여주연은 영문도 모른 채 표남경만의 기 싸움에 휘말려 고생을 하고, 이후 표남경 앞에서 간호사로서의 직업 정신을 또렷하게 보여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4화 방송 후 김도경은 가족들, 특히 아버지에게 '배우 김도경'으로 인정받게 됐다. 뒤늦게 딸을 찾은 김도경의 아버지는 가족, 친구들에게 전화해 '언슬전' 4화를 봤는지 정확하게 물어본다고 한다.

가족들에겐 자랑할 만한 회차였지만, 사실 김도경은 4화 본 방송을 본 뒤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했다. 예전의 김도경이었으면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자책했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80%만 해도 괜찮다. 그래야 다음에 더 보여줄 수 있다'라고요. 4화를 보고 내가 80%만큼은 해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그게 최선이었다고 확정 짓진 않으려고요. 안주하고 싶진 않아요."
4화에서 연기 파트너였던 표남경 역의 신시아도 김도경에게 큰 영향을 줬다. 또래 배우지만, 김도경이 보기에 신시아는 훨씬 강단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신시아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저는 연기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이래도 될까?' 망설이는 편이에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려고 하죠. 그런데 시아는 '해보면 되지!' 이렇게 말해요. 그런 시아의 태도가 보기 좋았어요."

'언슬전' 이전까지 김도경은 연기할 때 맞닥뜨리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으면 답답해했고, 속병을 앓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언슬전'의 현장은 달랐다. 김도경에게 연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줬다. 고민을 나누면, 선배들도, 동료들도 함께 답을 찾으려 애썼다. 때로는 동갑내기 배우들이, 때로는 자신보다 경험이 많은 이들이 그의 곁에 조용히 앉아 귀를 기울여줬다.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혼자일 때는 몰랐던 감정들이 있었거든요."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도 큰 위안이 됐다. 김도경은 대본의 내용을 표현했을 뿐인데, 누군가는 여주연만의 이야기를 발견했고, 누군가는 배우 김도경의 진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있게 드라마를 봐주시더라고요. 좋은 드라마는 연기자, 스태프뿐만 아니라 시청자가 함께 완성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여주연을 예쁘게 봐주신 시청자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③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