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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스타] '전공의생활' 김도경, 언젠가는 슬기로울 배우(인터뷰③)
입력 2025-06-04 12:01   

▲김도경(비즈엔터DB)

②에서 계속

"할머니가 된 제 모습을 가장 먼저 배치할 것 같아요."

먼 훗날 김도경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면, 첫 장면이 어떤 장면이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할머니'를 이야기했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할머니가 된 상상 속의 저를 불러내요. 그 할머니가 망설이는 제 모습을 보고 '그냥 해, 별거 아냐'라고 말할 것 같으면, 더는 흔들리지 않고 행동했어요."

김도경의 지금도 배우, 연기 선생님, 각종 아르바이트를 넘나드는 쓰리잡을 하고 있다. 돈이 급할 땐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도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도경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보험사 면접을 봤다.

"면접관이 '연기하시는 분이면 영업 잘하시겠다'라면서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내가 보험 영업하려고 연기한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펑펑 울었어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열연을 펼친 김도경(사진=본인 제공)

김도경은 다음날 다시 면접관에게 전화를 걸어 '아르바이트하면서 배우를 하겠다'라고 전했다. 당장 먹고 사는 게 빠듯해진다고 할지라도 그의 마음에는 평안함이 찾아왔다. 작지만 단호한 선택, 연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김도경은 틈틈이 자신처럼 배우를 꿈꾸는 이들의 연기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아카데미 학생들이 자신의 거울이 되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 친구가 뭘 잘하고, 또 어디에서 벽을 느끼는지 보여요. 그런 모습들을 보며 제가 하는 연기도 다시 보이더라고요. 자가 피드백이 가능해지더라고요. 그즈음에 연기가 확 늘었어요."

김도경은 '언젠가는 슬기로운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에 캐스팅된 것도, 이러한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확신했다.

'언슬전' 이후에도 김도경은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KBS2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ENA '당신의 맛', 넷플릭스 '월간 남친', tvN '서초동'에서 얼굴을 비칠 예정이다. 물론 아직 역할이 그리 크진 않다. 하지만 김도경은 역할의 크기와 관계없이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다.

▲배우 김도경(비즈엔터DB)

김도경은 롤모델로 배우 성동일을 꼽았다. 그는 성동일이 한 인터뷰에서 "나는 작품이 끝나고 맡았던 역할에서 빠져나온 적이 없다"라고 말한 것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왜 빠져나온 적이 없다고 하신 줄 아세요? 애초에 빠진 적이 없으시대요. 하하. 배우라는 일, 연기한다는 것 그 자체에 그만큼 진심이라는 뜻 아닐까요?"

김도경이 바라는 건 크지 않았다. 그저 배우로서 일하는 것이었다. 그는 올해 연말에도 촬영장에 있기를 소망한다.

"'언슬전' 할 때도 6시간 넘도록 대기하다가 '도경 씨 나오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갑자기 눈이 똘망똘망해지면서 뛰어갔어요. 그때 '나는 이 일을 절대 포기 못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얼른 또 다른 좋은 작품을 만나 다시 한번 인터뷰하고 싶어요."